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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 다〉 창간 5주년 기념 좌담] ‘유사 인문학(?)’ 열풍 현상을 진단한다 (3)

일시 : 2017년 10월

참석자 

사회 : 이성혁(문학평론가)
참석자 : 김혜연(소설가), 이수향(영화평론가), 이종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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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혁(사회자) : 근본적인 지점까지 말씀을 해 주셨는데 과연 인문학 담론 자체가 긍정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인문학의 대중화 자체가 그렇게 강박적으로 추구되는 것이 아니냐, 그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또 한편으로 인문학이란 영역을 유연하게 생각을 하면, 아까 쪽방촌?  거기에 계신 그분들에게 뭔가를 전달하기 위해서 갔을 거 아니에요. 그분들게 인문학이란 학문을 전달한다는 것이 인문학 교육이다, 인문학 대중화라고 생각을 해서 그러한 활동을 해버리게 된다면 금방 깨지게 되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활동하셨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으니까 뭐라고 얘기를 하긴 좀 그렇습니다. 제가 사회니까 그렇기도 하구요.


  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면요. 제가 네 번째 질문을 드리려고 했던 거는, 대중화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또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삶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인문학의 대중화 자체가 부정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보면요, 인문학이 상품화가 되느냐 아니면 정말 대중지성을 북돋느냐 두 가지 방향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김혜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상품화 차원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고, 또 대중들이 인문학을 요구하는 것도 일종의 경제적인 부를 추구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말씀하신 것 같아요.


김혜연 : 대중이 (인문학을) 문화자본으로 인식하는 거는 괜찮다고 봐요. 아카데미즘과 대중 강의는 구분이 되어야죠. 그런데 지금 아카데미즘이 끝나버렸어요. 그런데 기초학문 융성의 측면에서라도 고문서 등을 하나하나 해석하는 등의 작업들이 필요한데 그건 아카데미즘 안에서 해결할 수 있거든요. 공동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저는 보고요. 대중 상대 강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인문학 열풍이 부는데, 제대로 공부한 학자들이 설 데가 없으니 저는 억울한 거예요.(웃음) 얼치기로 공부한 학원 강사들이 돈을 벌고 있어요. 대중도 학자도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지요.


DSC이수향02816.jpg이수향 : 지금의 인문학 시장에서는 사람이 진짜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서 집요하게 공부를 해서 저 영역에 정말 전문가냐라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유명인이냐예요.(웃음) 강신주 선생도 마찬가지로 원래 철학하시는 분인데 문학도 다루고 영화도 다루고 한단 말이죠. 조만간 드마라도 다룰 수 있겠죠. 그러니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대중화된 지성의 시장에서는 자기 스스로를 계속 콘텐츠화 시켜서 팔아먹는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공부하는 분들은 그런 감각이나 의지, 의도가 모두 없으신 경우가 많죠. 지금 인문학으로 돈을 버는  분들은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탁월하죠. 자기 사진 컨텐츠화시키고 SNS을 이용해서 팔로워를 늘리고, ‘좋아요’를 많이 받고 그런 거 보면서 너무 대중영합적이다 이렇게 쉽게 비판할 수는 있는데 실제로 돈은 그런 분들이 번다는 거죠(웃음) 제가 영화평론계에 있으니 말씀드리자면,  영화 평론계에서 돈 되는 일의 지분을 90%를 모 평론가가 갖고 나머지를 다른 평론가가 갖는다 이렇게 자조적으로 말하는 게 있어요.(웃음) 물론 농담입니다만, 그만큼 한 번 유명인이 된 콘텐츠의 담지자는 본인의 노력이 더해져 자본과 관심도가 더욱 집중돼요. 그래서 그 초기 단계의 진입 장벽을 뚫기가 어려워서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는 거죠.


  이성혁 선생님 말씀대로 전체적인 지식의 수준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얄팍해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 영역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감각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어떤 산업의 영역이라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저도 그런 부분이 너무 안타깝고 열패감도 느끼지만 이런 현상이 점점 더 고착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까 스티브 잡스 얘기도 해주셨는데, 기업의 측면에서도 요사이 인문학을 강조하긴 합니다. 삼성도 그랬고 신세계 정용진 사장도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 이런 표현을 여러번 천명하기도 했죠. 이렇게 인문학을 상당히 융숭하게 대접할 것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대기업의 사내 강연 같은 곳에서 꽤 큰 액수를 주고 부르는 강연자들은 최진기, 설민석 이런 사람들이라는 거죠. 실제로 인문학 전공자들이 아니라. 그게 현재 인문학이 처한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의 바로미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혜연 :  저는 대학 강의와 대중 상대 강연을 거의 동시에 시작했어요. 또 아동문학은 대중들이 흥미있어 하니까요. 저는 농담으로 대학 강의에서 대중 강의를 하는 것은 민간인에서 조폭으로 변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요.(웃음) 정말 달라요. 일단 여기 온 사람들은 이 강의를 들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재밌어야 듣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목표를 바꿨어요. 제 강의를 들으신 분들이 책을 더 읽고 공부하는 건 그분들의 몫이고, 제가 해줄 일은 대중들에게 여러분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거에요. 삶에는 의미가 있고, 그걸 인문학을 통해 맥락을 보여주는 거예요. 여러분의 삶의 맥락을 깨달으면 여러분의 정신 세계가 풍요로워진다고 제시해주는 거예요. 여러분의 삶은 돈 이상의 가치가 있고 존엄하다, 사실 이건 종교에서 하는 얘기지만 저는 인문학으로 풀어주는 거죠. 제가 이걸 깨닫는 데 한 4년 걸린 거 같아요. (웃음)


이수향 : 김혜연 선생님 말씀들으니까 생각이 났는데, 이런 교양 강좌, 인문 강좌 이런 것들을 찾아서 들으러 다니시는 일군의 무리들이 있어요. 좀 재밌는 현상인데...


김혜연 : 예전에 인사동 사모님들이라는 그룹들이 계셨었죠. 그 분들 다 어디가셨나-


이수향  :  네. 그 비슷하게 서울대에서도 대중 상대 인문학 강연을 인문대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대중 대상이기 때문에 수준은 낮추되 그래도 전공 교수들이 자기 영역을 다루긴 한 거죠. 저희 지도교수님이 담당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도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분들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재밌는 것은 오신 분들이 계속 또 오십니다. 이 분들이 특이한 게 여기만 오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하는 인문 강연들에도 계속 나타나시는 거예요. 이 분들은 주로 수준이 있는 강연들만 찾아다니기 때문에 김혜연 선생님 말씀대로 지적인 고양같은 것을 추구하고 오는 분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겉으로 교양있는 사람처럼 보여주기 위한 그런 일종의 장식적 목적의 차원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는 거죠. 그 양자를 구분하기는 어렵죠. 다른 한 편으로는 대중이 원하는 인문학 강연의 층위나 수준이라는 것이 다양하고 맞추기가 어렵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중 인문학에 대해 저는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출 필요는 있는데 그것을 관에서 정책으로 관여할 부분도 아니고 연구자들이 나설 문제도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스럽기는 합니다.


DSC이성혁02814.jpg사회자 :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딱 한 번 대중 강연으로 해소한다면 내용이 얄팍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굉장히 개론적인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아주 말을 잘해서 감동적으로 머리에 쏙쏙 들어가게 강연을 해야 하는데, 사실 상 강연을 듣고 나서는 강연 내용을 거의 잊게 되지 않나요.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7강이나 8강 정도 수업을 하고 수강생이 꾸준하게 강의를 듣게 되면 어느 정도 그 주제 분야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강의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보통은 유명한 사람은 내세워서 한번 강의하고 그런 방식으로 지금 대중화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일종의 시민대학을 국가가 전국에 만든다면, 그 분야에 대한 심도 깊은 강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어떤가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수향 : 저도 동의를 합니다. 일 회의 강연이라는 게 사실 이벤트성이라 그다지 실효가 없다는 느낌이긴 해요. 제가 아는 분이 구청의 문화쪽 담당 공무원이신데 주로 이런 걸 기획을 하면 금액이 적은 안에서 치러져야 하니까 일회성일 수밖에 없고 눈길을 끌어야 하니까 포스터 같은 곳에도 방송에도 좀 나오고 그런 분들로 해야 홍보효과도 좀 있다고 하더라구요. 좀 깊이 있는 전문가를 데려다가 여러 회차를 할 여력도 없고, 공무원 혹은 관의 입장에서는 또 그런 식으로 하나의 행사를 치뤘다 이런 식으로 카운팅도 되고 해서 그게 보고 체계로도 편한 모양이더라구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현실적인 한계들이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한 가지 가능성을 봤던 사례라면, 제가 있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와 인천교육청 소속의  교장선생님들하고 좀 연계가 되어서 영화를 소개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성인들의 차원에서 ‘인문학적 교양’이라는 용어가 학생들의 차원에서는 ‘인성’이라는 키워드로 대치될 수 있어요. 실제로 얼마만큼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교육 현장이나 교육 자료들에서 ‘인성’이라는 용어나 교육적 목표가 상당히 강조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현장 교육에서는 인성에 관련된 방법으로 좋은 책을 읽히고 영화를 보게 하고 이런 매카니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한테 청소년들이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하고, 인성교육주간에 그 영화들을 협약된 영화관에서 같이 보고 평론가들이 나와서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으로 운영하자 이런 계획이었죠. 실제로 재작년에 진행이 되었었는데 실제로 경과 진행이나 이후의 피드백같은 부분은 제가 듣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런 모델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대중 상대의 인문학이라는 것을 반드시 성인 대상이 아니라 학령기의 학생들에게-윤리교육이라든지 어쨌거나 공통 교육 관련된 시간대가 짜여져 있을 거니까- 그들의 시선에 맞는 수준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관의 차원이니까 수준있는 선생님들을 수급하기도 좋을테고, 지금처럼 방과후 학교같은 데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프로그램화해서 넣으면 좋겠다 이거죠. 학령기에 인문학적 소양이나 감각을 조금만 쌓아놔도 지금처럼 성인 대상 인문학 유행 같은 흐름에서도 개인이 중심을 잡는데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DSC김혜연.jpg김혜연 :  몇 달 전에 인성지도 교육 모니터링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아이들 인성 교육을 가정에서 어떻게 시킬 것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내가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한대요. 남편만 쓰는 수저를 한 벌 마련해주고 식사할 때 그것만 쓰게 해라, 아내가 남편 앞에서 발발 기어라, 그렇게 가르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독서지도 강의로 바로 넘어갔는데, 황석영, 박경리 책을 권하는데 책 제목이 다 틀리는 거예요. 황석영의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책이 재미있다는데 가만히 듣다가 ‘이거 <오래된 정원> 아닌가?’ 하고. (웃음) 현장에 가면 이런 경우까지도 있어요.


   HK, 인문한국 등의 인문학 예산은 사실 따지자면 대학에 돈을 준 거예요. 인문학에 돈을 준 게 아니고. 거칠게 말해서 대학이 인문계열 학과 유지할 돈을 국가에서 대신 준 거예요. 학문연구재단도 인문학 예산 배정할 때 학자에 직접 주는 게 아니라 대학을 통해서 주거든요. 대학을 거쳐갈 이유가 없어요. 저자에게, 학자에게 직접 제공하고 결과물은 논문과 책으로 받아야지, 직거래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국가에서 석박사급 대상으로 지역 인문학 강좌를 기획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렇다면 대학을 통하는 게 아니라 직거래가 되겠죠.


   저는 대중 강연을 하면 대부분 5, 60대고 어느 정도 인생을 사셔서 기본적인 통찰력을 가지신 분들이라 말씀을 드리면 또 잘 소화해서 들으세요. 그런 면에서 크게 걱정은 안 하지만 이대로 가면 대중들에게 인문학이 잘못 인식될까 하는 우려가 있죠. 


이종찬 :  성북에 구립 공공도서관들이 여러 개 됩니다. 이 자리에서 이곳 사례들을 공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성북구 내 각 마을에 여러 개의 독서동아리들이 조직되어 있습니다. 성북에서 이는 독서동아리들을 중심으로 ‘한책 도서’라고, 매년 책 한 권을 선정합니다. 그 해의 책을 뽑는 것이지요. 독서동아리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선정 과정에 참여합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게 소설의 영역에 국한되고 있다는 겁니다. 올해 4권의 책이 후보로 올라왔어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 등. 최종 투표에서 정확히 한 표 차이로 <쇼코의 미소>가 <아몬드>를 아슬아슬하게 누르고 올해의 한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일종의 민관 거버넌스 모델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왜 한 책의 선정 대상이 문학, 소설의 영역에만 한정되었을까. 이게 혹시 뿌리깊은 ‘문학주의’적 태도가 아닌가. 시, 소설 등 문학의 장르적 구분법에 국한되는 상상력이랄까요. 한마디로 논픽션 분야는 제외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긍하기 힘든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김혜연 :  아까 구청 공무원 분 이야기 하셨지만 관의 논리란 게 대중을 양으로 봐요. 질로 보지 않고. 강의 내용과 상관없이 사람만 많이 모으면 성공한 거예요. 만약 3,4주 강의를 짠다고 하면 “거기에 몇 명이나 오겠어?”라는 반응부터 나오거든요. 만약 열 명만 온다면 그건 하면 안 되는 사업인 거에요. 기본적으로 백 명, 이백 명 모으고 단체장 나와서 인사도 하고 축사도 하고(웃음) 그래야 사업 잘 한 거거든요. 그게 관의 논리예요.


 이수향 : 성북문화재단은 서울의 자치구들 중에서도 이런 부분이 상당히 잘 되고 있는 곳 중에 하나예요. 그 중에 아리랑 씨네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독립영화 상영회같은 게 열립니다. 스튜디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팟캐스트 녹음 뿐 아니라 영상 송출도 가능하게 마이크, 방음벽, 카메라같은 제반 시설이 잘 꾸며져 있어요. 그곳의 여러 시도 중에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느꼈는데, 구 차원에서 시설이 마련되니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돌아가고 있는 게 보이더라구요. 그 공간에 있는 화면에서는 계속 주민들이 직접 만든 영상 팟캐스트 같은 게 보여지고, 자치적인 독서모임 같은 것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진짜 양적, 질적으로 고양되는 수준의 대중 지성이라는 사실 저런 차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냥 얼굴 좀 알려진 유명한 강사 한 두 명 불러서 일회성으로 강연시키고 주민 대상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척하는 것보다는 실효성의 측면에서 좋아보이더라구요.


DSC이종찬02811.jpg이종찬 :  ‘인디서울’이라고 격주로 열리는 독립영화 상영회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성북구 공공영화관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이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면 평일임에도 2,30여 명이 꾸준히 옵니다. 저로서는 무척 놀라운 부분입니다. 나름의 히스토리가 쌓여서 나름 탄탄한 독립영화 수용자층을 만들어낸 듯합니다. 성북이 요새 마을공동체 관련해서 가장 뜨겁게 이야기되고 있는 곳인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에 대한 보다 내밀한 평가는 아직 제가 내리기는 경험이 짧습니다. 현재 저도 곁에서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성북구 내 각 마을마다 ‘예술마을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재단 담당자 한 분과 마을 쪽 대표 한 분이 꾸준히 접촉해서 그 안에서 중간적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재단 내 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부하가, 하중이 걸려 있어요. ‘저녁이 있는 삶’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이 재단 일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죠. 초과근무 분을 기록해두었다가 대체 휴일 등을 통해 쓰기는 합니다만, 사실상 그걸 다 쓰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은 계속 닥치는 거니까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굉장히 딜레마예요. 물론 의미 있는 작업이긴 한데, 주말이나 저녁에 행사가 집중되어 있어요. 연봉도 결코 많지 않고요. 며칠 전에 성북구 주민에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성북에서는 1년 365일 내내 무언가를 하는 기분이다, 참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피곤하다, 선택과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 하더군요. 무언가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김혜연 : 요즘 제가 아카데미 구성하는 일을 돕고 있는데, 사실은 활동가가 있어야 되는 부분이잖아요. 그리고 프로그램 짜고 운영하는 것은 오랫동안 수강한 사람들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이기도 하거든요.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야 직원분들도 격무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 텐데요. 시민들도 내가 일방적인 참여가 아니라 기획, 운영까지 해봐야 더 큰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지금 제가 돕는 일이 바로 그런 차원이거든요. 시민들이 제안, 기획, 운영하고 이쪽은 지원, 관리만 해주고요.




 -계속-

 

작성일 : 2017.11.20
저자 소개  

김혜연(소설가), 이종찬(문화평론가), 이성혁(사회, 문학평론가), 이수향(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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