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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희준의 SF 통신] 이어지는 전설

-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모희준(SF 칼럼니스트)



   필자가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를 처음 감상했을 때가 기억난다. 비오는 거리, 포장마차에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국수를 씹고 있던 해리슨 포드, 마네킹 같던 외모의 숀 영, 그리고 비를 맞으며 쓸쓸하게 죽어가던 룻거 하우어와 그에 맞춰 흘러 나왔던 반젤리스의 OST인 <Tears In Rain>까지. <블레이드 러너>는 그야말로 품위 있는 SF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는 속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영화마저 속편을 만든다면, 그것은 (헐리우드가 늘 그래왔듯) 또 하나의 전설을 또 하나의 상업적 쓰레기로 전락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는 약간의 불쾌감마저 들었다.


  이러한 불쾌감을 잠재우면서도 다른 불안감이 들게 한 것은 바로 감독이었다. 당연히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사실 최근 헐리우드 영화들이 재생산해 낸 속편들의 감독은 전작의 감독이 아닌, 신인 감독들이나, 혹은 흥행을 보증할 수 있는 연륜 있는 감독들이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블레이드 런너> 정도의 전설적인 작품은 리들리 스콧 본인이 맡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후에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 제목이 <블레이드 러너 2049>이며 리들리 스콧은 제작자로, 감독은 드니 빌뇌브가 맡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의 심정은 한 마디로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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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니 빌뇌브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정적이고, 고풍스러운 SF영화로 탈바꿈시켰다는 사실만으로는 무작정 그를 지지할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바로 그 컬트 무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블레이드 러너>이지 않은가. 드니 빌뇌브 감독이 아무리 감각적이고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 한들, 그리고 그의 커리어가 지금까지 순탄하게 흘러갔다 해도 <블레이드 러너> 만큼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우리가 드니 빌뇌브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시카리오>였다. 물론 그 전에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와 같은 영화가 국내에 개봉하여 호평을 받긴 하였으나 대부분 드니 빌뇌브라는 감독을 주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카리오>는 달랐고, 이 강렬한 느와르 영화는 관람한 관람객들로 하여금 ‘드니 빌뇌브’라는 이름을 명확히 새겨 넣을 수 있게끔 하였다. 


  필자는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극장을 찾아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관람하였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필자는 이 영리한 감독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향후 5년 안에는 이보다 더 완벽한 SF영화는 나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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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세계관에서 30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전히 지구에는 복제인간들이 존재하지만,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는 인간의 통제에서 도망쳐나와 숨어 살고 있는 리플리컨트들을 쫓는 ‘블레이드 러너’이며, 그 자신이 인간의 통제를 받고 있는 리플리컨트이다. ‘K’의 유일한 낙은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여자 친구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와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뿐이다. 어느 날 임무를 수행하던 ‘K’는 우연히 한 여자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심지어는 리플리컨트의 유골에서 출산의 흔적까지 찾아내게 된다. 그리고 ‘K’는 이러한 리플리컨트의 역사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기존의 <블레이드 러너>와 동일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가상 스크린에 가상 키보드도 없으며, 최첨단의 장비도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영화와 비슷한)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작과의 이질감은 없다. 드니 빌뇌브는 논란의 대상이었던 전작의 엔딩을 적절하게 되살렸고, 과하지 않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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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일견 ‘인간이 되고자 하는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리려는 듯싶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영화의 주제가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주인공인 복제인간 ‘K’는 인간들에게 ‘껍데기’라며 조롱을 받는다. 한편 그는 자신이 쫓는, 그리고 자신과 동일한 ‘복제인간’들에게서도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K’는 그러니까 ‘인간’과 ‘복제인간’, 그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K’는, 심지어 형체도 존재하지 않는 홀로그램 프로그램인 ‘조이’에게서 유일하게 위안을 얻는다.


  닐 블룸캠프 감독의 <디스트릭트 9>에서 우리는 빈부의 격차가 심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실제를 상징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던 것처럼, 드니 빌뇌브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단순히 인간을 복제하는, 미래 사회에서 우리가 맞닥뜨릴 지도 모를 윤리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K’는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기계적인 일상을 살고 있으며, 가상의 존재와 시간을 보내고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면모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어떤 모습들과 닮아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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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니 빌뇌브는 복제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위조된 기억들을 대상으로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복제인간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현실에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가상의 무엇인가에 열광하며, 화면을 마주한 타인에게서 소통을 원하는 그런 삶을 말이다.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전작의 속편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고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 보더라도 그 자체로 잘 만든 영화라 할 수 있다. 감독은 전작의 (느와르 적인)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는 영리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신의 언어를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비록 32만 명이 채 관람하지 않은, (국내) 흥행에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진중히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전작 <블레이드 러너>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영화 또한 전작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성일 : 2017.11.20
저자 소개  

모희준
1975년생. SF 연구자.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문학박사. 선문대 전임연구원.
박사 논문으로 『냉전 시기 한국의 과학소설에 구현된 국가관 연구』가 있음. heejune7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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