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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희준의 sf통신] 이쯤에서, 영화 〈콘택트〉를 이야기하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콘택트>(1997)

모희준(sf 칼럼니스트)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소위 말하는 ‘인생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1997년에 개봉한 영화 <콘택트>를 선택하겠다. 혹은 무인도에 단 하나의 영화만을 들고 가야 한다면, 역시 <콘택트>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로버트 저맥키스 감독의 그 상상력도 그렇거니와, 인상적인 대사들, 리즈 시절의 조디 포스터와 매튜 맥커너히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콘택트>는 매력적이었지만, 그보다는 기존의 외계인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며, 무엇보다 지구상에 인간 이외의 존재가 발견되었을 때 인간들이 보일 수 있는 감정, 그리고 종교와의 갈등을 탁월하게 묘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기존의 SF영화에서 외계인은 무자비한 침략자이자 괴물이었다. 그렇게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저 먼 우주에서 지구까지 찾아왔는데 인류와 조우한 외계인들은 하나같이 전부 공격적이고, 혹은 아무 생각 없는 맹수처럼 다루어졌다는 점이 필자에게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영화 <콘택트>가 외계인을 다루는 방식은 좀 특별했다. <콘택트>의 외계인은 말하자면 ‘말랑말랑’한 존재였던 것이다. 심지어는 주인공 ‘엘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외계인은 그녀의 아버지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니, <콘택트>의 외계인은 낭만성까지 지니고 있다. 이런 외계인이라면, <유년기의 끝>에 등장하는 (초반에만) 신사적이었던 외계인과는 그 성격부터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지구 밖 존재를 해석하는 방법에서 영화 <콘택트>가 갖는 세련미는 여러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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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엘리 애로웨이는 그 시절로 이야기하자면 ‘아날로그’적인 과학자이다. 그녀는 첨단 장비의 힘을 빌리는 대신 자신의 귀를 도구로 삼는다. 엘리는 헤드폰으로 우주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천체 망원경이 발전하고, 인공위성이나 레이더가 보내 주는 영상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대신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의 ‘귀’를 신뢰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엘리의 절친한 동료이자 멘토인 켄트가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라는 설정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 둘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귀로 듣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 영화는 또 한 명의 인상 깊은 인물이 두 명 더 등장하는데, 엘리의 성과를 가로 채는 직장상사라고 할 수 있는 러들럼과 러시아 인 헤든이다. 이 두 인물은 더할 나위 없이 자본적인 인간들이다. 러들럼은 결국 엘리 대신 외계인이 보내 준 설계도로 만든 우주선에 탑승을 하게 되고, 헤든은 자신이 가진 자본을 이용하여 여분의 우주선을 한 대 더 만든다. 러들럼이 탄 우주선이 극단적인 광신자에 의해 폭발했을 때, 헤든은 그가 지켜보고 있던 엘리에게 자신이 만든 ‘여분의 우주선’에 탑승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한다.
 

   이 두 인물은 영화 <콘택트>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주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들은 권력과 자본을 모두 암시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외계인보다 더 외계인 같은 모습을 보인다. 러들럼은 끊임없이 우주로 나가고 싶어하며, 헤든은 자신이 가진 자본을 바탕으로 이미 우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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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엘리와 조우하게 되는 외계인은 엘리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인물, 즉 그녀의 아버지의 모습을 함으로써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우리는 이쯤에서 닐 블룸캠프의 영화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들은 피난민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철저하게 고립되고, 학대받고, 외면당한다. 헬멧을 쓰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외계인의 모습은 영락없는 밑바닥 인생의 모습이다. 
 

  <콘택트>와 <디스트릭트 9>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필경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갖는 의문은 단 하나, ‘정말로 외계인은 위험한가?’일 것이다. 
 

  <콘택트>는 지구 밖 생명체(그러나 정작 영화에서는 그 외계인을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를 처음 만났을 때의 현실적이고 진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종교와의 갈등이 그렇다. 종교에서 인류 외의 생명체란, 궁극적으로는 ‘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외계인은 신적인 존재인가. 주인공 엘리는 ‘신을 믿느냐’는 ‘팔머’의 질문을 부정한다. 그녀는 과학자이며, 그녀가 부딪히게 되는 모든 일들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이어야 한다. ‘이 큰 공간에 인류만 존재한다면 결국 그것은 공간의 낭비’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주인공 엘리가 신에 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결국 우주선에 탑승하고자 하는 경쟁에서 러들럼에게 지고 만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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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종교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콘택트>는 (또는 이 영화의 원작자인 칼 세이건은) 이러한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류의 95%가 어떤 형태로든 ‘절대자(신)’를 믿는 상황에서, 그리고 인류의 95%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입장에서 엘리는 결코 그들을 대신할 수 없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종교와 과학이 과연 함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팔머는 “인류의 95%가 망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을 수는 없었소.”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답은 과학자였던 칼 세이건의 대답이기도 하다. 
 

   영화 <콘택트>는 언제, 어떤 형태로든 인류가 맞닥트리게 될 미지의 존재에 대한 종교적 해석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존의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운 존재를 신비한 존재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기존의 SF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엘리가 외계인과 접촉했던 시간 동안 카메라는 아무런 영상도 녹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시간만큼 잡신호가 녹음됨으로써, 그녀를 우주선에 태웠던 미국정부는 외계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외계인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이미 외계인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우리 자신이, 우리의 마음속에 자기만의 외계인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인공 엘리가 자신이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한 외계인과 만났듯이 말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팔머’역을 맡은 매튜 맥커너히는 공교롭게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인 역할을 맡았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지만, 아마도 영화 <콘택트>에서 종교인으로써 그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찾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작성일 : 2017.09.30
저자 소개  

모희준
1975년생. SF 연구자.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문학박사. 선문대 전임연구원.
박사 논문으로 『냉전 시기 한국의 과학소설에 구현된 국가관 연구』가 있음. heejune7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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