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기사[종합]
별점 평가
★★★★★★★★☆☆
★★★★★★★★☆☆
★★★★★★★★★★
★★★★★★★★★☆
★★★★★★★☆☆☆
★★★★★★★★☆☆
★★★★★★★★★☆
위치 : HOME > 영화&드라마 > 영상 쟁점
비평과 이론 사이를 횡단하는 글쓰기

-이승민의 영화와 공간』(갈무리, 2017) 서평

      

변성찬(영화평론가)

 

   『영화와 공간은 저자 이승민의 박사학위 논문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공간성 연구(2015)를 단행본 형식에 맞추어 수정 보완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연구서로서의 이 책의 두 가지 특징은, ‘동시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작품들의 미학적 실천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공간()’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의 작품들을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당대의 영화들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도전에 대해 영화 담론은 그에 걸 맞는 새로운 개념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이 책은 당대의 영화들에 대한 비평적 직관에서 출발해서 이론적(개념적) 탐색을 거쳐 다시 작품들에 대한 비평적 글쓰기로 되돌아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비평과 이론 사이를 횡단하는 글쓰기,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이다. 특히 비평과 이론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당대의 영화 담론 환경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

 

영화와공간8961951645_f.jpg

  저자가 동시대 다큐멘터리의 공간()’에 주목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는 일군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텅 빈) 공간이미지의 부상이다. 둘째는 그 공간이미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극장과 갤러리라는 서로 다른 공간을 횡단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대적으로 출현했고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어쩌면 서로 다른 분석틀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는 이 두 현상을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포괄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자 야심이다. 저자는 한편으로는 인물과 사건(또는 서사)에서 독립된 공간이미지의 부상을 단순히 새로운 미학적 트렌드로서가 아니라 장소의 공간화에 맞서는 새로운 장소성의 정치의 수행으로 읽어내고자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작품들이 극장과 갤러리를 횡단하는 현상을 포스트-시네마시대의 새로운 미학관객()’의 출현으로 읽어내려 하고 있다.

 

   영화의 공간()’에 주목함으로써 동시대 영화에 새로운 비평적, 이론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성취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이룬 이러한 성취는, 동시에 어떤 배체(또는 포기)와 한계를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이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영화는 저자가 개념화한 ‘(텅 빈) 공간이미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며, 동시에 극장에서의 상영과 갤러리에서의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이다. 이 책에서 2000년대 이후(또는 MB 정권 이후) 서로 다른 방식과 스타일로 장소성의 정치를 수행한 수많은 작품들(특히, ‘재개발 다큐멘터리’)이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이것은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작품들이 미학적으로 낡은 것이거나 미학적이지 못한 것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특히,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의 시기를 이전과 구분되는 미학적 시기로 분류하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

 

 

영화와공간뒷표지8961951645_b.jpg

   저자가 주목하는 인물과 사건(또는, 서사)에서 독립된 공간이미지는 대개 사건(투쟁)의 공간에 뒤늦게 도착했거나 마땅히 그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건(투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공간과 마주친 사람들에 의해 구성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부상하는 공간이미지가 품고 있는 새로운 감각과 그것의 윤리성은 매우 소중한 것이지만, 그것만이 새로운 미학의 양태일 수는 없다. 투쟁의 공간은 인물들로 하여금 잊고 있던 삶의 감각을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을 낳고, 그렇기에 언제나 사건의 공간이기도 하다. 때로는 단순한 기록만이 그 순간을 포착하고 형상화하는 유일한 미학적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가 반드시 관습적인 서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견 유사해 보이는 스타일과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들 안에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차이를 미세하게 구별하는 것이 비평과 이론의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면, 영화와 공간의 문제의식이 더 많은 작품들에 대한 분석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또한 저자 스스로 새로운 문제설정으로 남겨둔 과제(포스트-시네마 시대의 미학과 관객성에 대한 탐구)의 본격적 수행을 기대해 본다

 

 

 

 

      

작성일 : 2017.11.03
[댓글]
⊙ 이름
⊙ 비밀번호
⊙ 이메일
댓글 남기기
비판적 문화 공동체 웹진 [문화 다]   |   www.munhwada.net(또는 com)
문화다북스 대표 강소현   |   웹진 <문화 다> 편집인 최강민, 편집주간 이성혁   |   사업자번호 271-91-00333
[웹진 문화다 / 문화다북스] 연락처 : 02-6335-0905   |   이메일 : munhwada@naver.com
Copyright ⓒ 2012 Webzine Munhwad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