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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당문학상 논란에 붙인 단상들

김대현(문학평론가, 소설가)

 

1. 기념

 

   기념이란 가치 있는 (또는 그런 것처럼 생각되는) 기억을 흩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여 사회 구성원이 공유함으로써 해당 사회 공동체의 집단적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움직임이다. 특정한 문인을 기념하는 문학상 또한 마찬가지다. 문학상은 단순히 저명한 문인을 소극적으로 기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형성한 정신적 가치를 미래로 매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실천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기념의 대상이 신중히 선택되어야 하는 이유다.

 

 

2. 기억 투쟁

 

   역사적 사건은 그 해석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다. 그리고 사건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더 이상 어떠한 의미의 변동없이 완전히 고정된 상태가 되면 그것은 공공의 기억으로 남아 공동체의 기념의 대상이 된다. 예컨대 헌법전문에 기록된 3.14.19는 역사적 사건이 국가의 유권해석을 거쳐 제도화된 기억이다. 5.18을 헌법 전문에 넣자는 것도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모적인 다툼을 방지하자는 점에 있다.

 

   문제는 이런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사건에 대한 기억은 정형적이지 않고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인혁당 사건에는 두 가지 판결이 있다며 사건을 유동적으로 만들려는 (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종류의 사건들은 그 의미가 확정되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기억이 제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대응 기억을 생성해 낸다. 근대화론, 개발독재론, 체제유지를 위한 반공,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간첩 연루설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의 내용이 국가나 공동체에 의해 제도화되는 것을 반대한다.

   (비난 가능성을 차치하고 이들이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애초에 위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해석이 지금의 형태로 고정된 것도 돌아가신 임종국 선생을 비롯해 반대편에서 치열하게 기억에 대한 투쟁을 벌인 사람들 때문이다.)

 


서정주art_1446381769.jpg

미당 서정주

 

    미당문학상 또한 마찬가지다. 미당문학상은 단순히 서정주라는 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상이 아니라 그들이 벌이는 기억 투쟁의 다양한 형식들 중 하나이다. 미당문학상은 겉으로는 그의 문학적 성취를 기념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범죄와 시민 학살자에 부역한 서정주의 삶과 행적이 문학의 범위안에서 용인될 수 있으며 심지어 기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삶도 기념될 수 있다면 이는 시인의 범주에 국한할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 범죄와 독재와 학살에 부역한 언론사주도, 정치인도, 그에 기생한 다른 사람들도 기념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름의 염결성과 문학적 자산을 가진 명망가들이 동원된다.

 

   평소의 언행에 비추어 볼 때 이 명망가들은 미당의 부역행위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진정성 측면에서 그들이 더 선호된다. 여타의 문인단체가 아니라 정치적, 문학적으로 미당의 행적과 대척점에 있는 송경동 시인이나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을 수상자나 심사자로 포섭하여 느슨한 공모의 연대에 한 걸음 들어오라는 것도 그 일환이다. 미당문학상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갈수록 찜찜함은 옅어지고 자신이 아닌 다른 명망가들도 포함되어있다면 수치심도 조금씩 사라져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문학적 성취가 없다며 비난하는 사람도 나타나게 된다. 사실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것은 애초에 그런 의도를 가진 것이긴 하다.

 

 

미당문학상20170927_084854.png


3. 문학상이라는 형식

 

   문학장 바깥의 사람들에게 평소에 지사연하던 사람들이 미당문학상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러한 논의는 어쩌면 코미디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학상이라는 형식이 문학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문학이 작품에 우열을 가려 상을 준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은 잠시 버려두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애초에 문학상이라는 형식 자체가 뛰어난 작품을 가리는 것 보다 문학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권력 분배에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문학상이란 문학인들의 인정 욕망을 제도화된 형태로 승인하는 형식이라는 이야기다.


    문학상은 후보자나 수상자가 단순히 상과 상금을 거부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대체로 누군가의 인정욕망을 승인하는 사람은 그만한 문학적 자산과 수상자에게 물적, 정신적 토대를 세워줄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수상 거부는 승인하는 자의 권위에 대한 부정과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난마처럼 엮여있는 문학장의 권력 분배 시스템에서의 소외와 이탈을 의미한다. 문학상의 후보가 되거나 수상을 거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문학장의 언저리에서 서성되는 다른 문학인들이 말을 아끼는 것 또한 같다.

 

    이후 심사위원들과 상의 권위에 대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송경동 시인은 그들과 별다른 접점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결단을 평가해야 하는 까닭이다. 리스트에 오른 다른 시인들의 명예를 위해 덧붙이는 것이긴 하지만 시인에게 그들과 겹침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을 다른 필드(훨씬 미약하다) 와 이미 본인이 사회적으로 성취한 문학적 자산이 있는 것도 고려 대상이긴 하다.

 


4. 주기적 재생산

 

    문학은 주류의 사상이 되어서도 주류의 기억이 되어서도 안된다. 하물며 그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것과 대척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문제는 미당문학상이 제정될 때 문학상이라는 형식과 그 사안이 함의하고 있는 정치적 현상을 숙려하지 않고 너무 쉽게 자신들의 염결성과 문학적 자산을 양도한 분들에게 있다. 용산참사나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역사적 사건들에 비친 그분들의 행적에 비추어 볼 때 그분들의 현실인식은 오히려 나를 비롯한 여타의 사람들보다 염결하고 민감하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 그분들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친일문학상에 연루되는 그분들의 이름이 너무 저렴하게 소비되며 부끄러움이 주기적으로 재생산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작성일 : 2017.09.27
저자 소개  

김대현
1975년생. 문학평론가, 문화평론가, 소설가, 편집동인.
2011년 인천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제4회 플랫폼 문화비평상, 2012년 『실천문학』에서 문학평론 부문 신인상. 역사소설로 『불온한 제국』(2013)이 있음. nobodad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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