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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희준의 sf 논쟁] 한국 SF문학의 현실

모희준(sf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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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는 문학적으로 의미심장한 해였다. 소위 ‘순문학’이라 불리던 형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시절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형식의 문학 형태가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 그 ‘다른 형식의 문학 형태’는 ‘장르문학’이라는 하나의 갈래로 뻗어나갔고, 그 중심에는 컴퓨터와 모뎀, 그리고 전화선이 있었다. 


  글은 종이에 인쇄된 활자로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등단이라는 벽을 넘어야했다. 그러나 컴퓨터와 모뎀, 전화선은 이러한 벽을 무너뜨렸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하나 둘씩 자신들의 작품을 온라인상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PC통신은 언제부턴가 언더그라운드 작가들의 활동무대가 되었다. 


   PC통신 문학은 주류문학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었다. 주류문학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던 판타지, SF소설들에 PC통신 이용자들은 열광했다. 소설가 복거일은, 이러한 PC통신의 등장에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1992년 3월 8일, PC통신 케텔에서는 하나의 동호회가 의미 있는 결과물을 세상에 내 보낸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제목을 딴 SF 동호회 ‘멋진 신세계’가 동명의 SF 동인지 󰡔멋진 신세계󰡕를 무가지 형태로 출간한 것이다. 정지용의 시 「별똥이 떨어진 곳」을 권두에 싣고, 소설가 복거일이 격려사를 쓴 이 SF 동인지는 한국의 장르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어로 번역된 과학소설 목록부터, SF역사, 그리고 창작 단편소설과 번역 단편소설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진 󰡔멋진 신세계󰡕는 어쩌면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소설 이론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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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1990년대에는 장르문학의 태동기였으면서도 그 연구에 있어서 정점을 찍었던 시절이라 볼 수 있다. 다양한 직업, 연령층을 가진 언더그라운드 작가들이 쓴 창작 SF소설들이 등장했다. 이 소설들은 온라인에서 검증을 받고 오프라인으로 출간되었다. 유례없이 다양한 장르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니까 굳이 SF문학사에서 1990년대란 SF문학의 황금기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장르문학의 과잉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장르소설의 출판으로 인해 장르문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더 낮아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장르소설(주로 판타지 소설)들은 책 대여점 신세를 지게 되었고, 작가들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한 두 편의 작품들만을 남긴 채 사라져갔다. 그리고 한국의 문학계는 과거 ‘멋진 신세계’가 보여주었던 도전정신에도 불구하고 다시 ‘순문학’의 틀 안에 갇혀버렸다.



2


  소설은 근본적으로 그 세대를 반영한다. 21세기를 얼마간 흘려보낸 지금의 한국 문학은 여전히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채 질문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차츰 사회적 문제 보다는 개인의 문제를 더 신경 쓰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시대의 소설은 마치 숲 속의 나무 한 그루를 묘사하듯 사회 속의 개인 문제에 천착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소설이 보여주는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해답 없는 질문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호한 형태의 결말이 보여주는 불확실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더 깊은 혼란 속에 밀어 넣는다. 한국 문학은 여전히 ‘문학’이라는 명칭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들의 문체는 1990년대에 비해 더 세련되어졌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주류 문학을 이끌고 있는 작가들 중에 SF작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전히 독자들은 장르소설의 주 독자층이 청소년일 것이라 생각한다. 독자들은 자신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거나, 아니면 비현실적이지만 비교적 현실에 근접한 주인공들을 보고 싶어 한다. 비현실적인 서사는 텍스트 보다는 이미지, 혹은 영화가 더 적합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현재 한국문학에서는 SF소설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SF연구도 1970년대 이전의 작품들에 한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시대의 SF 창작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도 대상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이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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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은 『멋진 신세계』 발간사에서 “동인 내부에서는 과학기술적 묘사에 비중을 두는 사람들과 문학적인 가치에 치중하려는 사람들이 한데 얽혀있지만, SF는 본질적으로 문학이라는 사실에 다 같이 공감하는 이들이 모였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SF와 민족정서의 유기적 결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꿈꾸었던 이러한 문학적 혁명은 여전히 답이 없는 상태로 남아있다. 지금의 한국문학은 마치 어두운 시골 길에 멈춰 버린 고장 난 자동차처럼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발전 된 것은 젊은 작가들의 현란한 문체와 재기발랄함,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멈춰버린 비판적 사회의식이다. 


   SF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실은 현실세계를 옮겨 놓고 마음껏 비판하기에는 이보다 더 적합한 장르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서양의 SF소설들은 사회비판적 주제를 SF라는 공간 안에 착실히 쌓아 올리고 있다. 
 

   한국의 문학은 이제 종말을 고했는가, 라는 우려는 이미 예전부터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었다. 한국문학은 마치 미카엘 엔데가 쓴 『끝없는 이야기』의 ‘환상세계’처럼 ‘무(Nothing)’에 잠식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한국문학의 다양성은 소멸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은 도피적 현실의 모호함이 아닌, 1990년대 PC통신 세대들이 꿈꿔왔던 그 도전적인 정신이 아닐까. 비록 그 시절의 문학은 아마추어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만들어 낸 비주류의 문학이었지만, 새로움과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꿈을 꿀 수 있는 계기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작성일 : 2017.03.27
저자 소개  

모희준
1975년생. SF 연구자. 문학박사. 선문대 전임연구원.
박사 논문으로 『냉전 시기 한국의 과학소설에 구현된 국가관 연구』가 있음. heejune75@daum.net
[댓글]
 
김갑수  [2018-05-1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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