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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 이야기] 광장의 열흘, 그리고 또 하루(1)

일곱째별(르포작가) 

 

   이 글은 2016년 열 번의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관한 기록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천만 명의 촛불인구 중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마른 들판에 불이 붙듯 매주 규모가 커지는 거국적인 촛불집회 관련기사를 검색하던 중 촉을 건드리는 블로그가 하나 있었다. 어느 날 슬그머니 공개된 눈에 띄지 않는 무명의 블로그였다. 그 블로그를 발견한 건, 한국갤럽조사 지지율 5%인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 참여인구가 서울에서만 100만 명이 되던 3차 집회 다음 날이었다.

  

   <20161112일 토 제3차 범국민행동집회(서울 100만 명)>라는 포스트에는 버스 안에서 찍은 특징 없는 청운동 사진 위에 이상한 문장이 쓰여 있었다.

 

    사흘 금식 후, 정오 즈음과 밤 10~11시 사이

 

    집회에 나오는데 사흘이나 금식을 했단 말인가? 이승만과 이명박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기독교인에 대한 일반적 반감이 불뚝 올라왔지만 습관적으로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 보았다. 사진 중에는 볼만한 피켓이 하나 있었다.

 

      근혜야, 이 몽둥이 받아라!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니 애비 박정희 말씀이시다.’

 

   그리고 끝에 동영상이 하나 붙어 있었다. 재생시켜 보았더니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시민들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랄 만큼 우렁찬 볼륨이었다. 애국가가 끝나자마자 멘트가 이어졌다.

 

     진짜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굽니까? 우리들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렇게 손발이 척척 맞는 조직이 없을 정도로 트럭 위 집행부와 일반 시민들의 호흡이 잘 맞았다. 이것이 내가 발견한 그 블로그의 첫 포스트였다. 다른 볼만한 게 있나 호기심에 이전 포스트를 찾아보았다.

 

   <1029일 토 제1차 범국민행동집회(서울 2만 명)>이란 제목의 포스트에는 초점이 전혀 맞지 않는 네 장의 광화문 사진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경찰과 시민들이 뭉개진 사진 밑에는 지명만 쓰여 있었다. 성의도 없고 정보도 없는 막 포스트였다. 이런 포스트로는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 리 만무했다.

 

   그 다음 주에 올린 <2016115일 토 제2차 범국민행동집회 (서울 20만 명)>이란 제목의 포스트에서 집회 인구가 열 배나 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제법 사진에 초점이 맞았다.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들과 박원순, 심상정, 안철수, 정동영, 박지원 등 특정 정치인들의 사진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사진 밑에는 역시 날짜와 지명만 명시돼 있었다.

 

   매 주 포스팅 되는 블로그에서 달라지는 게 있다면 사진의 질이었다. <20161119일 토 제4차 범국민행동집회 (95만 명)> 포스트에는 가수 전인권의 해파리같은 머리칼을 줌으로 끌어당겨 찍은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대기실 옆에서 찍은 각도였다. 군중들 사이에 있던 이 블로거는 점점 무대 가까이로 진출하고 있었다. 마지막 내자동 동영상에는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함성과 함께 촛불 파도타기가 15초간 일렁였다.

 


세월호.png

 

   이 블로거는 20161125일 금 5차 범국민집회 전 날에도 거리에 있었다. 7시에 10시까지 효자동과 통인동에 있었던 모양인데 시민 둘을 평창동까지 모셔다 주고 왔다는 글이 있었다. 운전을 할 줄 알고 차도 있는 사람이었다. 북악산과 부암동을 부감으로 찍은 사진의 위치로 보아 그 동네 지리를 잘 아는 사람 같았다. 점점 블로거가 궁금해졌다. 블로그를 뒤져보았지만 블로거의 실명은 없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몇 살대인지도 알 수 없는 이 블로거에게 친구신청을 했다. 이틀 후에야 답이 왔다.

   

    친구 신청해 주셨네요. 좋은 분 같으세요.^^ 정말 죄송한데 저는 진짜 친구만 친구로 받아요. 죄송합니다!


   이 블로그는 친구공개에서 전체공개로 전환한지 며칠 안 돼요. 제가 아직 세상과 면 대면하는 게 낯설고 겁이 나네요. 거절이라 생각지 마시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고 여겨주세요.’

   

    추측해 보건대 이 블로거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소통에 서툰 소심한 사람이었다. 일상을 기록하다가 블로그를 공개하면서부터 사진에 신경을 쓴 게 틀림없었다. 말하자면 나 하나쯤으로 뭐 그리 세상이 바뀔까하는 무력감에 젖어 있다가 생동감으로 변화하는 광장의 힘에 용기를 내 동참하는 수많은 시민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나는 거절로 인해 기분나빠하기 보다는 이 블로거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블로거는 글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20161126일 토 제5차 범국민행동집회(서울 150만 명 전국 190만 명)> 포스트에도 동영상이 하나 있었는데 군중들이 춤을 추고 경찰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 밑에는 딱 한 줄 이렇게 쓰여 있었다.

 

   "춤을 출 수 없는 혁명은 진짜 혁명이 아니다-엠마 골드만"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을 거부하고 진퇴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3차 담화 다음 날인 11월 마지막 날, 블로거는 민주노총 행진을 포스팅 했다. 2만 명 예정, 최초 야간행진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며 청와대 200미터 앞까지 함께 했다. 그런데 그 날 블로거는 전에 없던 변화를 드러냈다. 여태 없던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얀 국화가 만개한 노트북 바탕화면 사진이었다.

 

 

   가을이면 종종 국화를 샀었다. 올해는 누군가에게서 받고 싶었는데…….

  

   결국 국화는 내게로 왔다. 해마다 가을이 오듯.

 

    이상의 포스트로 추리할 수 있는 정보들을 정리해 보면, 블로거는 가을이면 종종 국화를 샀다. 올해는 누군가에게서 받고 싶었다. 어떤 식으로 국화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받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받지는 못했다. 그동안 사생활을 철저히 감추던 블로거의 심경에 뭔가 변화가 감지됐다. 나는 촉을 곤두세웠다. 비단 친구신청 거절에 대한 반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11월 말일, 그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6DSC06282.JPG


   <2016123일 토 제6차 범국민행동집회(서울 170만 명 전국 232만 명)>에서 보면 블로거는 오후 430분경에 청와대 앞 100미터까지 진출해 있었다. 이재명 성남시장 뒤에 주현이 엄마 등 세월호 유족들 사진이 클로즈 업 되어 있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청운동 배경 동영상에는 국민가요가 담겨 있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사진 중에는 단원고등학교 호연이 엄마와 유민이 아빠가 있었다. 유족들의 노란 망토에는 왜 안 구했는지 알고 싶다304명 사망자와 미수습자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찍혀 있었다. 7, 세월호의 사라진 7시간을 기리기 위한 1분 소등 후 점등과 폭죽 사진 아래에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사진이 있었다. 효자동 사거리를 메운 시민들의 피켓에는 죽음에 책임을 묻다’, ‘떡검 개객끼들아! 똑바로 수사하라! 박근혜 구속하라!’,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고 검찰은 강제구속수사하고 세월호 7시간 다 밝히라!’ 등이 있었다. 9시부터 자정까지 블로거는 주로 가족들 사진을 찍었다. 어린 아들을 무릎에 앉힌 아버지, 아들을 목말 태우고 가는 아버지, 손을 잡고 걷는 네 명의 가족……. 가족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 사람 같았다. 그녀는 가족 없이 매주 혼자 광장에 나오는 걸까 


2016DSC06291.JPG

 

   세월호의 사라진 7시간 중 90분간의 대통령 행적이 밝혀진 126, 국민 모두가 분노하던 그 시간에 블로거는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95%의 국민에 속하듯 나와 동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시대적 분노 혹은 슬픔의 감정에 추가된 다른 원인이 감지됐다

 

죽지 못해 연명하는 슬프고 고된 나날들

공기 속에 떠도는 상념과 허무와 죽음을 모두 마시고도 살아가고 있는 시간들

모처럼 하늘이 맑고 공기도 청량하여 숨 속에 파고드는 공기를 따라

말을 마시고 숲으로 갔다

숲에서 날아든 또 다른 비보에 매일의 눈물에 하루를 더 보탠다

용기를 잃지 말라고 하지만

잃어버릴 용기가 있기나 했나

끝까지 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거라지만

도대체 끝이 있기는 한 건가

대미 장식은 90분의 올림머리

3년간 기른 머리를 박박 삭발하고 싶은 나는 오열로 오늘을 마무리 한다

 

   나는 전 국민이 공분한 비보에 유달리 오열하고 있는 긴 머리칼의 블로거를 상상해 보았다. 그녀가 있는 숲에서 머리칼을 쓸어 올려주고 어깨를 감싸 안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다음 날, 나는 신문 칼럼 위에 놓여 진 그녀의 손톱 두 개를 보았다. 약지와 새끼지 끝에 봉숭아물이 들어있었다.

 

손톱 끝에 남은 봉숭아물로 대설을 맞는다

최초의 인간이 카인이라면 아벨의 길을 가련다

손가락을 끊어내지 않는 이상

시신경을 잘라내지 않는 이상

피로 쓰고 눈물로 읽는 매일 밤

누가 누구에게 쓰지 말라 말하는가

차라리 숨을 쉬지 말라고 하라

눈은 내리지 않는 대설에

노란 촛불을 들고 기다린다

너 자유와 민주여

 

   블로거는 아파하고 있었지만 생명력이 있었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펜을 놓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 그 다음 날엔 다소곳이 고개 숙인 작고 하얀 꽃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두 줄,

 

   이 추운 겨울에 왜 피어났는가

    허튼 희망을 가지라고 함부로 들이대지 마라

 

   절망이 온 몸을 휘감고 있는 블로거에게 그 이유를 묻고 싶었다. 철면피 대통령 때문인지 탐관오리 여당 때문인지 지리멸렬 야당 때문인지…….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그 날, 나는 하루 종일 몸이 달아 블로그 포스팅을 기다렸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새 글이 올라왔다.

 

  <탄핵하기 좋은 날! 2016129일 금요일> 이 날 블로거는 국회의사당 앞에서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그리고 청와대 200미터 앞까지, 뜨거운 현장의 가운데 있었다. 올려 진 사진 중에 국회의사당 앞에 있던 친일잔재, 세습재벌, 독재정권쓰레기 싹싹 쓸어버리자는 비짜루혁명당피켓이 눈에 쏙 들어왔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는 순간을 찍은 동영상에는 환희와 감격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였다. 나는 문득 나의 블로거의 삶이 조금은 희망으로 채워지길 바라고 있는 내 마음을 보았다. 어느덧 나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공감하는 팔로어에 한 발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음 날, 광화문 광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력이 넘쳐 밝은 기운이 팽창하고 있었다. (계속)

 

 

 

   

 

 

작성일 : 2018.04.16
저자 소개  

일곱째별
다큐멘터리·르포작가.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제7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수혜 (르포 부문) diesiebtenster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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