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기사[종합]
별점 평가
★★★★★★★☆☆☆
★★★★★★★★☆☆
★★★★★★★★★★
★★★★★★★★☆☆
★★★★★★★★★☆
★★★★★★★★☆☆
★★★★★★★★☆☆
위치 : HOME > 문학 > '문화 다' 신작시
[웹진 문화 다 신작 미니픽션] 김도언 소설가의 「이제 와서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2018.04.)

 20170512083359_lxenyccb.jpg

 

 

이제 와서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김도언(소설가)

 

  ※ 제8차 비전향장기수 관리통제위원회 신문에서 행해진 김봉호의 최후 진술 녹취


   위원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전향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뼛속까지 사회주의자, 아니 김일성주의자이니까요. 1950년의 조국해방전쟁1)을 승리로 이끌고 반도에서 외세를 몰아낸 후 명실공히 자주독립국2)을 건설하신 국부 김일성 장군님이 측근의 흉탄에 의해 서거하신 지도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19885월 장군님은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정서가 극심했던, 미제 간첩들의 온상이었던 부산의 민생을 현장 방문해 지도하시다가 부산시장으로 있던 역적 노현무의 사주를 받은 안정태의 총을 맞고 서거하셨지요. 그 이후에 이 나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위원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한동안 무정부 상태로 있다가 미국 워싱턴과 노골적으로 줄을 대고 있던 정치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다시금 쿠데타와 숙청이 되풀이 되었고 국정과 민생은 도탄에 빠졌습니다. 지금 정부 역시 사실상 미국에 종속된 사대적 정권이지 않습니까. 북쪽의 국경에선 러시아와 중국이 계속 국경분쟁을 일으키면서 압박을 해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 결과 지금 이 나라에는 다시금 냉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위원님 귀에는 미국과 중국이 우리 반도를 싸움판 삼아서 서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도 1988년 김일성 국부님이 부산에서 비명에 가신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위원님도 잘 생각해 보세요. 국부님이 아니었으면 우리 반도는 여태까지 남과 북으로 분단된 채 각각 외세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을 거예요. 아마도 남쪽은 이승만과 미국과의 밀약에 따라 미군이 상시 주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북쪽은 어찌 됐을까요. 혹자들은 1950년에 통일이 안 되었다면 북쪽이 소련이나 중국의 실질적인 지도와 지배를 받는 위성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을 거라고 짐작들을 하는데, 그건 그들의 상상에 불과한 것이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김일성 국부님의 지도력이라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죠. 국부님은 아마도 와신상담한 끝에 재차 조국통일해방 전쟁을 수행, 기필코 완수하셨을 거예요

 

북한untitled.png


 

   김일성 국부님이 집권하셨던 40년을 독재라고 규정하는, 그리고 국부님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모르는 자들입니다. 우리 반도처럼 지정학적으로 양대 이데올로기 진영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는 명분과 실리가 있는 내치와 외교가 필요합니다. 조국해방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가 그 나라의 내치를 책임지는 한에는 제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함부로 간섭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조국 해방의 국부라는 그 위엄과 지위가 국제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김일성 국부님은 여러 번 보여주셨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81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 그리고 브레주네프 소련 서기장과의 3자 서울 회담을 통해 이끌어낸 서울선언3)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친미주의자들은 이 서울선언의 의미마저 평가절하하고 왜곡하는 준동을 벌이고 있더군요   


   위원님도 아시겠지만 이승만 당시 남조선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치 않고 끝까지 발악하려고 미국을 통해 UN에 전쟁 개입과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작년 미 국무부 기밀문서고가 해제되면서 밝혀졌는데요. 아마 그때 조국해방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 우리 반도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을 거예요. 전쟁이 아마 2, 3년 길어졌을 수도 있죠. 그렇다면 인명피해, 그리고 국토의 기간시설 파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회복 불능의 수준으로 커졌을 거고요. 천재적이면서도 혁명적인 전술과 전략으로 전쟁을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끝내버린 김일성 국부님은 세계전쟁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천재이신 겁니다. 불세출의 영도력으로 결국 민족과 국가를 구해내신 거지요.

 

   대학에서 공부나 하던 제가 혁명재건당의 일원이 되어 제 한 몸을 초개와 같이 바쳐서 열렬한 구국전선에 서게 된 것은 김일성 국부님을 향한 숭모심과 고려공화국의 번영을 위해서지 제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은 위원님도 잘 아실 겁니다. 제가 그동안 열일곱 차례나 중국을 오가며 난징에서 망명중인 김정일 총재님4) 측과 접촉을 해온 것도 우리 반도가 자주독립국으로 다시금 세계사의 중심을 차지하며 우뚝 서는 영광을 위해서 한 일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 저는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제 신념은 오로지 국가와 민족의 번영과 영광, 반외세 자주 독립을 향한 열정에 바쳐진 것입니다.

 

north-korea-2662076_960_720.jpg


   결국 지난 달 극악무도한 정부의 첩자들이 중국의 난징 숙소에 난입해 김정일 총재님마저 피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걸 저는 이 차가운 철창 안에서 접하고는 비명을 지르고 통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정부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모든 반정부 인사를 재건혁명당과 연루시켜 붙잡아들이고 있죠. 그리고 회유와 협박과 고문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당신들이 숭앙하는 미국이 가르친 그 잘난 민주주의입니까. 저는 결코 전향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김일성주의자입니다. 고려공화국주의자입니다. 모든 희망과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이제 와서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가던 길을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1950625일 새벽 네 시를 기해 김일성이 이끄는 북조선 인민군이 일제히 삼팔선을 넘어서 개시한 전쟁의 명칭으로 1990년까지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쿠데타 세력과 미제에 종속된 친미 정권의 의도적인 책략에 의해 남침’ ‘침략 전쟁’ ‘적화 전쟁등의 이름으로 비하되었다.

2) 정식명칭 고려민주공화국(Republic of Corea)

3) 동서 냉전이 가장 첨예하게 치닫던 19817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 회담으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브레주네프 서기장, 그리고 김일성 고려공화국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회담에서 김일성 대통령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절충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 체제를 선언하고 레이건 대통령과 브레주네프 서기장의 추인을 받는 한편 상호 불간섭 협약을 체결했다.

4) 김일성 대통령의 장남으로 1988년 김일성 대통령이 부산에서 암살을 당할 당시 고려정규군의 소장으로 재직 중 일신상의 위협을 느껴 중국 측의 지원을 받아 망명을 단행한 이후 계속 중국에 머무르고 있다. 김일성 지지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재건혁명당의 명예 총재로 반정부 활동의 중심에 서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작성일 : 2018.04.23
저자 소개  

김도언
소설가.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출판저널, 생각의나무, 샘터, 열림원, 웅진씽크빅 등에서 기자와 편집자로 일했다. 그동안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악취미들》《랑의 사태》,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꺼져라, 비둘기》, 경장편소설 《미치지 않고서야》, 산문집 《불안의 황홀》《나는 잘 웃지 않는 소년이었다》《소설가의 태도》 등을 펴냈다. 2012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으면서 시작 활동도 하고 있다.drybook@naver.com
[댓글]
⊙ 이름
⊙ 비밀번호
⊙ 이메일
댓글 남기기
비판적 문화 공동체 웹진 [문화 다]   |   www.munhwada.net(또는 com)
문화다북스 대표 강소현   |   웹진 <문화 다> 편집인 최강민, 편집주간 이성혁   |   사업자번호 271-91-00333
[웹진 문화다 / 문화다북스] 연락처 : 02-6335-0905   |   이메일 : munhwada@naver.com
Copyright ⓒ 2012 Webzine Munhwad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