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기사[종합]
별점 평가
★★★★★★★☆☆☆
★★★★★★★★☆☆
★★★★★★★★★★
★★★★★★★★☆☆
★★★★★★★★★☆
★★★★★★★★☆☆
★★★★★★★★☆☆
위치 : HOME > 문학 > '문화 다' 신작시
[웹진 문화 다 신작시] 한용국 시인의 「빗 속에서 중얼거리다」(2018.0.4.)

 2018년시바.jpg

 

 

 

 

빗 속에서 중얼거리다

 

 

한용국(시인)

 

rain-122691__340.jpg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옛 일을 생각하고 있다

버스 색깔의 종류를 헤아리고 있다

빗방울의 파문은 왜 원형일까

가슴에 동그라미를 쌓아보고 있다

기억은 어떤 도형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지각을 걱정하며 전광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여인들의 미끈한 다리를 보고 있다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아직은 안 늙었다고 자위하고 있다

파문만큼 많은 우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출가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했다

정류장도 진화하고 있구나 감탄했다

언제쯤 버스를 기다리지 않을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버스를 기다릴 필요없는 사람들의 차이를 생각했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은 쇠항아리라던 시인을 생각했다

나의 생계는 뜨거워도 내려놓지 못하는 쇠솥단지다

마르크스는 비 오는 날 민중을 걱정했을까

빗소리와 노랫소리와 자동차 바퀴에 밟히는

빗방울들의 비명이 귓바퀴에서 섞이고 있다

변함없는 건 자연과 변덕이구나 생각했다

지나간 사랑들이 떠올랐다

지나간 사랑들도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겠지

오 맙소사 나는 모든 사랑에 완패했다

장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이 아닐까

오늘 내리는 비도 어제 내린 비와는 다르다

데리다는 이렇게 말했겠지

차이와 지연으로 인해 내리는 비는

당신의 눈앞에서 현전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오인으로 미끄러진다

지역감정은 달라도 지역 날씨는 동일하구나 생각했다

파문의 개수를 세다가 버스를 놓친 사람은

낭만적인 사람일까 현실도피적인 사람일까

비를 흠씬 맞는 게

비와 대결하는 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우산만 봐도 그게 얼마나 순진한 건지 안다

오 맙소사 나는 모든 사랑에 완패한 사람이다

건너편 정류장에서 나를 보고 있는 저 사람이다

 

 


raindrops-3216608_960_720.jpg

 

작성일 : 2018.04.09
저자 소개  

한용국
시인.
1971년 강원도 태백에서 출생. 2003년《문학사상》신인상에 〈실종〉 등으로 등단. 건국대학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재 건국대학 강사.
[댓글]
⊙ 이름
⊙ 비밀번호
⊙ 이메일
댓글 남기기
비판적 문화 공동체 웹진 [문화 다]   |   www.munhwada.net(또는 com)
문화다북스 대표 강소현   |   웹진 <문화 다> 편집인 최강민, 편집주간 이성혁   |   사업자번호 271-91-00333
[웹진 문화다 / 문화다북스] 연락처 : 02-6335-0905   |   이메일 : munhwada@naver.com
Copyright ⓒ 2012 Webzine Munhwad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