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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 다 신작시] 박용하 시인의 「강아지의 힘」(2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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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힘

 

박용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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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강아지를 보면 경악한다

그게 그의 감탄법

 

하루는 흰 강아지를 데려왔다

바라보기만 했는데 내 눈에 다른 빛이 돌기 시작했다

 

강아지를 데려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뿐인데

화가 숨고

분노가 증발하고

패고 싶은 녀석들이 줄어들었다

 

강아지에게 딱히 해준 것도 없는데

평생에 걸쳐 바뀌어야 할 내가

바꿔가야 할 내가

순간순간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그것도 모르고

시간이 다른 시간이 되었고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쯤 되면

강아지의 힘이 아니라

강아지의 권력이라고 해도 되겠다

 

내가 언짢아하는 말 중에

개 키운다는 말이 있다

키우긴 뭘 키워!

돌보면 알아서 자라는 거지

자식 키운다는 말은

개 패듯 팬다는 말처럼 건방진 말인 거지

겨우 돌보거나 지켜볼 뿐인 거지

 

아이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면

입에 빛이 켜진다

그게 그의 관심법

 

하루는 흰 강아지를 데려왔다

내 시간이 줄어들자 생각이 돋아났다

데려오지 말 걸!

 

강아지를 데려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뿐인데

슬픔이 일어나 앉고

미소가 돌고

나는 줄어들었다

 

그는 가끔 늑대처럼 아우우우우 울었고

다채롭게 꼬리를 흔들었으며

천둥소리에 겁먹고 그랬을 뿐인데

나는 자주 무장해제 되었고

비무장 동물이 되었다

 

이쯤 되면

강아지가 나를 돌보는 거다

세상의 나무가 나를 돌보듯이

 

마당에 강아지를 묶어놨더니

내게도 묶이는 힘이 생겼다

 

그가 와서 가르친 것도 아니고

말을 한 것도 아니다

 

그는 지금 네 다리 쭉 뻗고

낮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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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1.02
저자 소개  

박용하
시인.
1989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영혼의 북쪽』 『견자』 『한 남자』 eastpoe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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