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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 다 신작시] 신철규 시인의 「서울로 못 간 金봉달씨」(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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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못 간 봉달씨

 

 

신철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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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나으리, 서울 좀 보내도, 내사 뭐 거게 살러 가나, 봉제 공장에서 손 잘리고 촌에 들어와서 소 몇 마리 키운 게 죄는 아니잖여, 세발소시랑 같은 내 손꾸락 좀 봐, 내가 이 손으로 뭘 하것어, 남의 멱살 잡기도 힘들고 간신히 막걸리 잔이나 들 수 있는 손이여, 손꾸락이 세 개인 놈은 서울 구경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능겨?

 

경찰 양반, 그냥 조용히 국회의사당 앞에만 있다 올꾸마, 테레비에서나 보던 말린 소똥맬로 생긴 그 건물이 보고 잪아서 그랴, 국회의사당 입구에 쪼르륵 대기하고 있는 소똥구리 같은 승용차들에는 손도 안 댈겨, 트랙터 뒤에 실린 삽이며 소시랑이며 꼬깽이는 뭐냐꼬? 농투성이한테 연장을 와 들고 다니는지 물으면 할 말이 없제

 

이봐, 형씨, 그만 좀 팍팍하게 굴고 나 좀 지나가게 해도, 내가 돈을 안 냈나 와 톨게이트를 못 지나노, 농가보조금은 다 없어졌제 쌀직불금은 어만 사람이 받아묵제, 간신히 소 몇 마리 키운 거 구제역 땜에 산 채로 땅 속에 파묻으라 카는 게 말이 되나? 겡찰은 궁민이 어려울 때, 힘든 곳에 달려가는 거 아이라, 이럴 시간 있으면 우리 축사에 가서 소들 여물이나 좀 주고 와

 

경찰 나으리, 서울 갈 차비가 없어서 트랙터를 끌고 나온 겨, , 나도 도로교통법 정도야 알지, 자동차 아닌 것들은 고속도로에 못 나오는 거 알고 주말이면 1차선이 버스전용차로인 거도 알지, 여물만 먹고 가만히 있는 소들을 내 손으로는 못 파묻것어, 젖도 안 뗀 송아지들이 무슨 죄인겨

 

어이, 김순경, 해는 설렁설렁 넘어가는디 니캉 내캉 와 여게서 이래 실랑이하는지 모르것어, 내사 손가락 잘린 데가 욱신거리서 못 있것네, 담에 보면 아는 척혀, 막걸리 한 잔 살 텡께, 할랑할랑하게 살기가 힘든겨, 니캉 내캉 원수진 것도 없는디 와 이카고 있는지 참말로 모르것어, 해는 설렁설렁 넘어가는디

 

* 내미: ‘냄새의 방언(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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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12.19
저자 소개  

신철규
시인.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2017) 발간. 123401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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