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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 다 미니픽션] 강연화 소설가의 「괜찮아, 모모야」(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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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모모야

 

                       강연화(소설가)

  계약날을 앞두고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모모가 있다고 주인한테 말했더니 500만원도 못 깎아 주고 도배와 장판도 못 해주겠단다. 모모가 있다는 말을 왜 했어요? 물었더니 양심에 걸려서 말을 했단다. 그게 양심에 걸리는 일인가요? 하려다가 말았다. 나도 양심에 걸려서 모모가 있다는 말을 실토했던 거니까. 그러니까 결국 세입자로서 내가 요구한 걸 집주인이 하나도 못 해주겠다는 것이다. 모모가 있다고.

  이사를 가기도 전에 기분이 상한 것은 물론 슬슬 불안해졌다. 그 집으로 이사 가서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부동산에 문자를 보냈다. 계약날을 내일로 미루겠다고. 하루만 더 고심해 볼 생각이었다.

  잘됐다, 이 기회에 모모를 보내 주고 우리 집으로 들어가자고.

  그가 내 눈치를 보며 하는 말이다.

  모모 때문에 내 집 놔두고 남의 집에서 산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이 되지.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가 돈을 벌어보겠다고 주식에 손을 댔다가 빚을 졌다. 그래서 우리 집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은행 빚을 일부 갚았다. 나머지 빚은 지방으로 내려와 허리끈 졸라매고 산 지 10년 만에 청산했다. 이제야 내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개가 사람을 물어서 열두 바늘 꿰맸다더라. 어쩔래? 개가 주인을 물어 죽였다더라. 어쩔 거야? 이번에는 더 크게 터졌더라고. 그 개가 연예인이 키우는 갠데 음식점 사장이 물려서 죽었다더라고. 어쩔 거냐고?

  그는 마치 내가 사람을 물어 죽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닦달을 했다.

  개가 사람을 물어죽이다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었기에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고심했다.

  우리 집에서 고심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모모에게 자유를 주자고 주장하는 그의 머릿속에 고심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부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아들놈이 유학을 떠나고 그 빈자리에 모모가 들어왔다. 산책길에 버려진 강아지새끼를 데려다가 꼬질꼬질한 몸을 깨끗이 닦아 주고 품어 주었더니 잘 먹고 잘 커서 그새 성견이 되었다.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나.

  모모. 3. 15킬로그램. 늘씬한 다리에 단단한 몸통, 흰색에 갈색 털이 섞여 있음. 까만 눈망울. 살색 코. 새까맣던 코 색깔이 점점 벗겨지더니 허옇게 됨. 산책하다가 만난 아줌마가 모모의 코를 보며 당근을 안 먹어서 코가 벗겨졌구나, 하고 지나감. 모르는 사람은 진돗개로 오해하기도 함.

  모모는 집에서는 용변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 저녁 밖으로 나가야 한다. 문제는 산책이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 19. 밖으로 나가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모모 같이 큰 개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건 무리다. 민원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산책을 안 시킬 수는 없다. 그럴 수는 없다.

   나는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1- 모모를 엘리베이터 구석에 몰아넣고 모모의 몸을 가린다. 모모를 산책시킬 때는 반드시 그와 같이 나간다. - 그가 내 말을 따라 줄 리가 없다는 결론.

  2- 개집을 사서 모모를 넣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모모를 꺼내고 개집을 경비실에 맡긴 뒤 산책 후 다시 모모를 개집에 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가한다. - 모모가 개집에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결론, 혹은 들어가더라도 개집이 너무 무거워서 내가 못 든다는 결론.

  3- 모모를 유모차에 태워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 모모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결론.

  4- 모모와 내가 걸어서 19층까지 오르내린다. - 내가 관절염이 있다는 결론.

  5- 모모를 키우기 좋은 시골로 보낸다. - 마땅히 보낼 곳이 없다는 결론.

  6- 이사 가지 않고 지금 사는 곳에서 그냥 살기로 한다. - 주택은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세 들어 사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모를 키우기가 불리하다. 게다가 더 이상 월세를 주고 살 수 없다는 결론.

  7- 아파트 저층을 알아보기로 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여 모모를 산책 시킨다. - 우리 집 전세금을 조금 올려 받고 전세대금대출을 받아서 돈을 합하면 가능하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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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던가.

  아파트 저층을 찾아 헤맸다. 도둑이 들까봐 창문마다 방범창을 설치해 놓은 걸 보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람도 이러는데 모모는 집이 감옥일 수도 있겠다, 모모에게 자유를 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여기다, 하는 곳을 발견했다. 놀이터 앞 이층 집. 애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모모가 구경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내가 이상한가, 무슨 가슴이 뛰기까지 하나.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집 뒤에 산이 있어 베란다 창문이 온통 나무에 가려져 있었다.

  귀한 전세예요. 얼른 하세요. 저녁 때 누가 집 보러 온다고 했어요. 금방 나갈 거예요.

  급한 마음에 100만 원을 선금으로 주고 그를 불러내 집을 보여주었다. 이런 굴속 같은 데서 어떻게 살아. 그가 돌아섰다. 어쨌든 가계약 조로 선금을 냈으니까 집은 구했다. 없는 돈에 우리에게 맞는 집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백만 원 선금 걸었으니까 어쩔 수 없어.

  백만 원 아끼려다가 치료비가 더 나온다니까. 재수 없으면 구속 될 수도 있다고.

  둘이서 실랑이를 벌였다. 이제 그만하라고, 모모가 앞발을 치켜들어 그와 나의 가슴을 밀었다.

  어떻게 구한 집인데. 집 뒤에 산이 있어 산책하기 좋잖아.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몇 시쯤 계약하러 가면 되냐고 묻자, 부동산이 말했다. 그 집 나갔어요.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전세 못 얻어요.

  나는 계약 날을 하루 미룬다고 문자를 했고, 부동산은 문자를 못 봤다고 했다. 내가 백만 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그것은 계약 날을 어긴 그쪽 잘못이라서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모모 좀 그만 괴롭혀.

  그가 모모의 목줄을 채우고 현관문을 열었다. 모모가 흥분해서 꼬리를 흔들었다. 오늘은 좀 멀리 갔다 올 거야. 나를 힐끗 돌아보는 그를 보자 괜스레 불안해졌다. 나는 모모의 등을 쓰다듬어 흥분을 가라앉히고 함께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갈 건데? 그에게 물었다. 아무 말 말고 따라오든가, 아니면 집으로 도로 들어가든가. 그가 말했다. 나는 말없이 차에 올랐다. 셋이서 차를 타고 달렸다. 목적지가 계약을 파기 당한 바로 그 집 뒷산이라니.

산을 오르며 냄새를 맡고 그 위에 오줌을 누며 산책을 즐기고 있는 모모를 사이에 두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내 눈치를 보면서도 동의를 구하는 눈빛. 때마침 밝은 햇살이 숲을 통과해 모모의 몸을 하얗게 비췄다. 그가 모모의 목에서 목줄을 풀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모모가 산등성이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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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12.06
저자 소개  

강연화
소설가.
2006년 <21세기문학>으로 등단. <카나페> <어쩔 수 없이> <우중산책> 등 발표 서울예대문창과졸업. kyhh5458@ hanmail.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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