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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스티븐 코틀러의 『인간은 개를 모른다』(필로소픽, 2017)

여자 친구를 따라 개 구호 활동에 뛰어들었다가
 개 없이는 못 살게 된 한 남자의 개와 인간에 대한 독특한 인문 에세이
 


   마흔의 중년 남성으로 실직과 병 때문에 실존적 위기에 부딪힌 저자는 개 구호 활동에 헌신하는 여인 조이를 만나 LA에서 뉴멕시코 변두리로 이주한다. 하지만 개 구호 활동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품종 개량의 부작용으로 인해 불치병에 걸린 대부분의 개는 병들어 죽거나 안락사에 처해진다. 또한 인간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개에게는 평범한 개를 대상으로 한 전문가의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조이가 개를 잘 돌본다고 입소문이 난 탓에, 가망이 없는 개들만 그들의 보호소 ‘치와와 오두막’으로 찾아온다. 정성들여 돌보던 개들의 죽음과 날이 갈수록 쪼들리는 형편에 그는 종종 벗어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내면서, 저널리스트 특유의 치밀한 분석으로 의미를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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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몰랐던 개의 세계,
개는 사람의 생각보다 인간적이다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부르는 특징들, 즉 충성심, 협동, 사회를 향한 헌신 같은 도덕적 특징들은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특징을 갖춘 동물은 개의 선조격인 늑대이다. 10만 년 전 유라시아 지역에 도착한 인류는 늑대를 처음 만나 동거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특성을 배운 게 아닐까? 일부 학자들은 인류에게 그러한 특징이 결핍되었기 때문에 늑대들의 미덕을 좋아하게 됐을 거라고 추측한다. 저자는 보호소에 모인 개들이 공동체의 조화를 위해 자신들의 규율을 만드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도덕’이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의 공동체에서는 정신병이 걸린 동료에게 서열의 예외를 인정하고, 처음 들어온 개가 당황하지 않고 공동체에 합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놀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몰래 혼자 점프 연습을 하는 개, 동성애 성향의 개 등 통념을 뒤집는 개의 행동들을 관찰하면서 저자의 관심은 동물행동학, 인류학, 신경과학, 생태철학, 윤리학, 심리학 분야의 지적 여행을 통해 생명의 의미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나아가 동물을 생각도 감정도 영혼도 없는 자동 기계로 본 데카르트를 비판하고, 피터 싱어로 대표되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를 펼치면서, 인간과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상처받은 개와 그 친구들이 주는 눈물과 웃음의 에피소드 
 

   보호소에서조차 포기한 시한부 개들과 동고동락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동성애 개 ‘박살난 주둥이’가 수컷들과 소동을 벌이는가 하면, 개들 사이에서 서로 배려하는 이타주의가 피어나기도 한다. 여기에 당나귀, 퓨마, 스라소니, 코요테 등의 야생동물들과 ‘인간 증기삽’ 매트, 인디언 신디, 야생동물학자 ‘박사’ 등의 이웃들까지 등장해 떠들썩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19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집을 찾아온 테리어, 두꺼비를 핥다 환각에 중독된 코커스패니얼, 먼 직장에 있는 주인이 퇴근 준비 하는 것을 감지하는 개 등 재미있는 일화들이 날줄을 이루고, 불테리어와 치와와의 역사적 기원, 동물학대방지의 역사, 애완동물 소유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씨줄을 이뤄 책을 엮는다.


   저자는 학대받고 버려졌던 개들이 마음을 열고 활기를 되찾는 것을 보며 헬퍼스 하이(helper’s high)와 집단 몰입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개들이 병이나 안락사로 죽음을 맞이할 때는 우울함과 자책감에 시달린다. 웃음과 눈물을 주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생명체임을 깨닫게 한다.


P.18 : 큰 보호소들은 약 200마리의 동물을 수용하며, 거의 항상 그 정도 수용력을 유지한다. 이런 보호소에서 공간을 넓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개들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일지 모르지만 대부분 동물보호소들의 살생률은 여전히 90퍼센트에 달한다.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동물보호소들은 매달 천 마리 이상의 개를 안락사시키는데, 조이는 이 수를 반으로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 개 구호 활동이란 마침내 개에게 집을 찾아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사형을 기다리는 개들 가운데 한 마리를 구조하는 작업이다. 이런 동물들 대부분이 처음엔 아주 처참한 몰골로 동물보호소에 도착한다. 몇 달간 힘들게 애를 쓴 후에야 이들의 재활이 가능하다. 보통 병원 치료에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드는데, 대부분이 구호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렇게 치료를 다 했는데도 간혹 어떤 개들은 병이 너무 심하거나 다루기가 몹시 힘들어 결국 입양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개 구호자들은 이런 개들을 ‘무기수’라고 부른다.



P.143 : 수컷끼리 짝을 바꿔가며 흘레붙는 개가 박살난 주둥이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동성애자 개들을 데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박살난 주둥이는 미샤를 사랑했고 미샤는 솔티를 사랑했기에, 내가 집에 여유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을 때 심리적으로도 그렇게 느꼈지만, 실제로 욕실에 한번 가려면 흘레붙는 이 괴상한 삼각형 주위를 빙 돌아서 가야 했다. 휴고는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항문과 고환을 핥는다. 그는 상대의 털을 손질하지 않으며 오직 성감대에만 집중한다. 스쿼트는 ─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 남자 역할을 하는 여자 동성애자다. 다그마도 마찬가지.



P.159 : 우리 집에는 오티스보다 큰 개도 있고 작은 개도 있는데, 오티스는 자기 볼에 기젯을 매달고 주변을 행진함으로써, 이곳에서는 힘이 곧 정의가 아니라는 걸 모든 개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개들에게 모두들 안심해도 좋다고, 우리 모두 한 집단의 구성원이므로 몸집이 크든 작든 힘이 세든 약하든 체력이 강하든 약하든, 각자의 욕구는 공평하게 충족될 거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 베코프는 이것이 동물들이 벌이는 시합의 주요한 기능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저서 《놀이하는 동물들Animals at Play》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린 동물들은 시합을 통해 집단생활의 규칙들 ─ 의사소통 방법이라든지 상대방과 ‘대화하는’ 방법 ─ 을 익힌다. 그들은 협동하는 방법과 공정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익힌다. 야생의 삶은 거칠다. 혼자일 땐 더욱 거칠고 힘들기 때문에, 그들은 놀이를 통해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






작성일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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