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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계간 〈오늘의 문예비평〉 2017년 가을호


책 소개

  <오늘의 문예비평>은 2017년 가을호에서 문학을 통해 개인()’의 모습과 자리를 살펴보고, 촛불 혁명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다양한 개인의 징후를 독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개인의 표상, 다시 말해 일자(一者)로서의 개인을 창안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각기 다른 개인()’의 발견을 통해 개성의 능동주의가 지닌 역능의 가능성을 찾고, ‘일상의 민주화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라 하겠다.

 

개성적 능동주의의 힘을 믿는다

 

    한국 사회는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부패하고 무능한 국정 농단 세력을 탄핵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이미 100일을 훌쩍 넘긴 촛불 정권은 탄탄한 국민적 지지와 변혁적 열망 속에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의 가치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정치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이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촛불 봉기는, 주권자의 힘(Power)을 통해 난파한 세상을 구조하는 연대희망의 물결이 되었다. 그러나 촛불의 민심을 특정 집단의 정파주의나 이데올로기 효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개 월 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혹은 각자의 일상과 저녁을 포기하면서까지, 광장과 거리를 지킨 개개인의 분노와 열망은 진보/보수라는 현실 정치적 이념이나 집단 도덕적 정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촛불 혁명의 기치 아래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아마도 유사한 현실 변혁의 심상을 그리고 있었겠지만, 실제로 이러한 비폭력 혁명의 연대와 투쟁이 특별한 사상적 거처나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부터 촉발된 한국 사회의 적폐 청산 요구 역시 통일성 있는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공동선의 가치를 개성’(Individuality)능동적 발산을 통해 총집결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촛불 혁명은 집단지성의 힘에 기대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각기 다른 삶의 능동적 만남 속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촛불과 탄핵, 그리고 대선에 이르는 정치적 국면에서, 개별성 혹은 개()성은 충분히 존중 받았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을 듯하다. ‘탄핵대선이라는 대의적 정치 표현은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소외된 삶과 소수적인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대 담론과 집단적 가치 속에 매몰되어 개인()’을 희생시키거나 양보하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의 목소리를 기민하게 성찰하고 있는지를 탐문해야 봐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왜냐하면 이는 일상의 민주화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오늘의 문예비평>은 2017년 가을호 <특집>에서, 2000년대 이후 문학 속에 나타나는 개인()’의 모습과 자리를 살펴보고, 촛불 혁명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다양한 개인의 징후를 독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개인의 표상, 다시 말해 일자(一者)로서의 개인을 창안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각기 다른 개인()’의 발견을 통해 개성의 능동주의가 지닌 역능의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라 하겠다.


 

<특집>


   총론 격에 해당하는 문광훈 평론가의 자기반성적 사회를 향하여, 촛불 혁명과 정권 교체 이후의 삶의 태도를 다룬다. 그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자본주의 체제 바깥을 상상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본의 시스템 내부에서 이를 교란하고 교정하는 주체적 생존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한국의 자본주의 현실을 인식하고, 둘째, 문학과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후, 셋째,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선생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적 모델’(적정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세심한 감수성과 복합적 사고에 기반한 소극적 저항의 적극성”, 혹은 수동적 능동주의이다.


  다음으로, 신샛별 평론가의 공화적 개인주의자를 위하여는 한국 사회와 문학장 내부에서 개인과 개인주의가 억압받아 온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이런 시각이 현재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개인성과 이기성의 친연 관계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때때로 공공선의 가치를 훼손하는 태도처럼 인지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선생은 개인 중심의 가치들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적 삶의 방식과 공공선에 대한 사유를 중시하는 공화주의적 삶의 방식을 우리가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시도로 번져가고 있는 중이라며, “공화적 개인주의라는 이름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을 탐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글에서는 최은영, 백수린, 조해진 소설을 중심으로 해서 개인과 개인주의를 다시 사유하고 있는데, 이는 더 나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문학/문화적 해석 과정과 다르지 않다.


   세 번째 특집 비평은 이경재 평론가의 개인과 계급을 넘어선 자리이다. 선생은 촛불집회를 개인의 고유성과 공동체의 보편성을 조화시킨 일대 사건이라고 정리하면서, 촛불의 정치적 문제 인식을 어떻게 일상의 영역에서 육화시키느냐 하는 점을 이후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있어 탁월한 역능을 발휘해온 것이 소설이라고 주장하면서, 개인()의 다양한 모습과 자리를 김애란, 최은영, 황정은 등의 최근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개인()에 대한 질문은 집단에서 분리된 자아의 내면 의식만을 추적하는 작업이 아니라, “개별적 존재자의 삶에 대한 성찰인 동시에 새로운 공동체의 전망에 대한 탐구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선생은 이에 대한 문학/문화적 응답을 섬세한 텍스트 분석으로 예증하고 있다.


 

<이후의 기억> <비평, >


   두 코너는 공통의 삶을 정초하기 위한 생의 기억, 그리고 소수자와 노동자의 문제를 짚고 있다. 먼저, 이태형 작가는 잊히 아이들에서 온 국민의 삶을 초토화시킨 파국적 사건과 기억의 문제를 차분한 문장으로 되짚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은 한국 성소수자인권의 뒷걸음질 10에서 촛불 혁명과 광장의 정치 속에서도 성소수자의 자리가 마련되지 못한 사실을 적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시민을 주제로 이어지고 있는 릴레이 비평의 바통을 이어받은 세 번째 주자는 촌철살인의 정치비평으로도 유명한 이광수 교수이다. 선생은 노동자, 광장 이후에는 없는 시민불의한 사회다에서 거대 담론과 당위적 발언 속에 포함되지 못하는 노동자이슈를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노동계급에 국한된 아젠다만이 아니라 한국 현실정치의 구도/구호 속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소수적인 삶과 목소리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그리고 김영희 연극평론가는 여기, ‘다시극장을 세우자에서 연극의 수행적 특성과 정치적 가능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시선>


  이번 호는 『심장에 가까운 말』의 저자인 박소란 시인에 주목했다. 본지 편집주간인 손남훈 평론가가 인터뷰를 맡았다. 대담 울음이라는 교신법과 작가산문 경에게를 통해, 동시대의 시적 가치와 존재 이유를 생생한 육성으로 만날 수 있다. 작가론은 <오늘의 문예비평> 전 편집주간인 허정 평론가가 맡았다. 선생은 예의 그 꼼꼼한 읽기와 비판적 분석을 통해, 박소란 시()의 작품 세계를 더욱 섬세하게 이해하는 시적 이정표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글로컬의 경계에서>

   현수 작가가 수영, 느리게 걸으면서 다시 보는 마을이라는 글로 부산 수영문화마을의 역사성과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론의 안과 밖>

   본지 편집위원인 최성희 선생은 현실과 낭만(1)에서, 한물간 시대의 조류쯤으로 인식되거나 현실과 괴리된 것으로 치부되는 낭만주의에 대한 오해를 이사야 벌린의 󰡔낭만주의의 뿌리󰡕와 발터 벤야민의 󰡔독일 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에 기대어 풀어내고 있다.

 

<리뷰>

   정훈, 윤인로, 이현주, 박지원, 박명훈, 정재형, 양순주, 박수지 선생이 이 계절의 다양한 문학 텍스트와 문화 현상을 해제한다.

 

<장편연재비평>

   문성원 선생은 레비나스의 󰡔전체성과 무한󰡕으로 읽는 세상살이(3)에서 타자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과 결속하는 사유와 방법을 더욱 심화시켜 주고 있다.

 

   하나 밝혀 둘 것은, <오늘의 문예비평>은 2017년 봄호(104)󰡔부마항쟁 그 후󰡕라는 책의 리뷰(이광욱)를 수록한 바 있다. 최근 이 책의 저자인 정광민 씨가 이 글에 대한 반론을 요청해 왔다. 편집진은 저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누가 부마항쟁을 도둑질하는가?(본지, 104)에 대한 반론을 수록하기로 결정하였음을 밝혀 둔다. 그리고 가을호는 최초 기획과는 달리, 한 편의 평문과 두 편의 리뷰를 게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함께 기록해 둔다. 저자들이 끝내 원고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무게와 문예지 발간의 사회적 가치를 생각한다면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정치적 부패 세력이 탄핵되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였지만, <오늘의 문예비평>의 존망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비평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절벽이다. 한 발만 잘못 내딛는다면 천 길의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섭고 힘들다고 해서 비판적 글쓰기와 매체 발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지금도 누군가, 저 멀리서,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아줄 독자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오문비 17 가을 표지.png

 

<오늘의 문예비평> 2017년 가을호(통권 106) 목차

 

개성적 능동주의의 힘을 믿는다

 

특집

문광훈 자기반성적 사회를 향하여문학의 소극적 저항으로부터

신샛별 공화적 개인주의자를 위하여최은영, 백수린, 조해진 소설의 개인에 대한 생각

이경재 개인과 계급을 넘어선 자리

이후의 기억

이태형 잊힌 아이들

 

비평,

이송희일 한국 성소수자인권의 뒷걸음질 10

김영희 여기, ‘다시극장을 세우자

이광수 [릴레이비평-시민] 노동자, 광장 이후에는 없는 시민불의한 사회다

주목할 만한 시선

박소란 경에게

박소란·손남훈 울음이라는 교신법박소란 시인과의 대담

허정 아픔의 힘

 

글로컬의 경계에서

현수 수영, 느리게 걸으면서 다시 보는 마을수영성문화마을을 돌아보다

 

이론의 안과 밖

최성희 현실과 낭만(1)

 

리뷰

정훈 착란과 우울의 변주곡이재연, 󰡔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실천문학사, 2017)

윤인로 내 안에 거주하는사랑이승우, 󰡔사랑의 생애󰡕(예담, 2017)

이현주 저 너머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문학동네, 2017)

박지원 합리적인, 너무나 합리적인조슈아 그린, 최호영 옮김, 󰡔옳고 그름󰡕(시공사, 2017)

박명훈 모든 것으로부터 물러난 후, 이제는 무엇이 드러날까?피에르 자위, 이세진 옮김, 󰡔드러내지 않기 혹은 사라짐의 기술󰡕(위고, 2017)

정재형 비로소자유로워지다<구광모 추상전> 아트퍼포먼스에 부쳐

정광민 부마항쟁 잔혹사: 역사에 대한 또 하나의 테러누가 부마항쟁을 도둑질하는가?(󰡔오늘의문예비평󰡕 104)에 대한 반론

양순주 [겐론 읽기] 현대사회의 유령들: 비평가의 임무에 관하여─󰡔겐론(ゲンロン)5󰡕

박수지 [B-art의 시선]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광장예술 횃불에서 촛불로>(2017.6.13.~8.6. 제주도립미술관)

 

장편연재비평

문성원 레비나스의 󰡔전체성과 무한󰡕으로 읽는 세상살이(3) 인공 지능, 무한, 그리고 얼굴




작성일 :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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