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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의 문화 등대] ‘고아’의식 밖에서 영화를 보게 된 하루

-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영화 <네브라스카(Nebraska)>(2013) 보고 나서


                                                                  강희철(문화평론가)



   대학시절 문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아주 거창한 죽음들(문학을 포함한 예술들의 죽음)을 보았다. 창궐하는 이론들에 나의 사유는 점점 소외되고,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이론적 합리성에만 기대어 지금-여기에 휩싸인 모순적인 나의 욕망들을 억제하면서 나의 감각보다 더 치열하게 보아야 하는 것이 ‘이론’이라 믿었던 것 같다.


   최근에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 <네브라스카>를 보게 되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고리타분한 소재에 기댄 영화가 이렇게도 나에게 참신할 수 있는가를 여러 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인생길, 그 로드무비가 어땠는지 바라보면서, 어떠한 ‘무의식’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이 영화가 가진 축적된 가족의 역사적 형태가 내가 가진 부정의 ‘무의식’들을 감각하게 했다.



영화-레브라스카 포스터.jpg


   앞서 대학시절을 새롭게 이야기 하는 것도 지금 뿐만 아니라 내가 공부해 온 문학의 길, 즉 이론이 아닌 실천적 과정으로서의 우리의 예술은 근대의 문학가였던 임화의 말대로 서구에 의해 ‘이식’된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나는 이것을 ‘혼종’적인 문화의 교류과정 안에서의 특별한 사건, 즉 제국주의에 맞서야 했던 현실이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을 ‘혼종’적인 것이 아닌, ‘이식’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단순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이식’적은 것은 단순한 이론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 현실을 새롭게 주지시키는 아주 큰 무의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뿌리박힌 역사적 ‘고아의식’이 아닐까? 이 아버지가 없는 근대에서 우리는 훌륭히 활로를 찾아 잘 내달려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정작 갈 곳을 잃어버렸을 때 극심한 공황상태에 빠지고 만다. 오늘 뉴스만 보더라도 갈 곳을 잃은 보수적 정치가들과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진보적인 정치가들도 지금-여기 안에서 시스템의 교란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분명 갈 길을 헤매고 있는 듯 보인다.


   영화 <레브라스카>는 불법광고로 복권당첨 이벤트를 하는 것을 진짜 복권 당첨으로 여기고 길을 나서려는 ‘아버지’와 함께 아들이 ‘레브라스카’로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다가 잠시 아버지 고향에 함께 머무르게 되고, 이야기로만 들었던 아버지의 고향집과 아버지의 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는 이제 노쇠한 까닭에 분별력 없이 계속해서 가짜복권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고, 아버지의 고향에서는 아버지가 실재로 복권에 당첨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네브라스카movie_image6CVR05AH.jpg


   스포일러는 여기까지면 될 거 같다. 이 영화를 통해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축적’된 무엇을 상징적으로 발견하거나 고안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그런 의식 안에서 우리는 언제나 돌아갈 곳 없는 ‘고아’란 사실이다. 이 영화는 로드무비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향수성이 짙은 영화다. 이러한 영화 속 인물처럼 축적된 자신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는 자는 아무런 귀향점도 없는 ‘방황’의 서사를 기획하지 않으며, 그것은 한 순간의 치기나 반항으로 남는다.


   아마 그 동안 지금-여기의 글쓰기를 게을리 한 변명일 수도 있겠으나, 아직 나도 이 ‘고아의식’ 안에서 기능하는 오랜 불안과 일시적 안주의 반복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다. 우리가 축적한 것들을 바라보는 것, 무서움 없이 나아가는 것, 그것은 이미 너무 늦었으나 아직 버려야할 기획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내가 방황을 했으나 돌아올 곳이 하나라도 있으니, 어떤 이의 노래가사의 비유처럼 이 글쓰기 공간이 더욱 ‘탕아’들의 치기와 방황을 받아주는 마구간이 되었으면 한다.    





작성일 : 2017.09.19
저자 소개  

강희철
1977년생. 문학평론가. 문화평론가.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 당선. 현 경성대 외래교수,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장, 인문학공동체 ‘지하생활자들’ 공동운영자. machinist1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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