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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의 문화 레터] 미-래에서 도착한 편지

― 우메즈 카즈오, 『표류교실』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12)


김희정 (시인)


   느닷없는 재난 앞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더구나 외부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데다 남아 있는 단 몇 줌의 식량을 여럿이 나눠 먹으며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메즈 카즈오의 『표류교실』은 이렇게 갑자기 돌발한 재난 앞에서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극단적 공포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재난만화, 공포만화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쇼가쿠칸의 《주간 소년선데이》에 연재되었고 2002년 같은 출판사에서 3권의 컬렉션 판으로 재출간되었다. 2012년에 국내에서 출간된 한국어판은 후에 3권으로 재편집된 컬렉션 판을 번역한 것이다.


   줄거리는 선명하고 단순하다. 갑작스러운 지진과 함께 환경재앙으로 인류가 전멸한 근미래로 타임워프된 초등학생들의 냉혹한 성장기. 당시 일본 사회를 지배하던 주류 담론을 생각해보면 다소 의아한 설정이다. 이 작품이 연재된 1970년대 초반은 거대 기술에 기반을 둔 첨단 미래를 해맑게 낙관하는 아톰의 세계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던 때 아닌가? 그런데 생명체는 물론이고 물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 온통 사막으로 변해버린 미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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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을 사는 독자로서는 오히려 이런 당대와의 어긋남이 더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학기술 낙관론이 공고했던 20세기를 가로질러 21세기의 ‘지금-여기’로 도착한 이 ‘때맞지 않는’ 경고음이야말로 최근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임박한 재난에 대한 공포를 선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일본 사회 안에서 집중적으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작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주인공 쇼와 친구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던 월요일 아침, 느닷없이 발생한 지진으로 갑자기 인류가 절멸한 근미래로 오게 된다. 대안을 제시해줘야 할 선생님들은 극도의 광기에 사로잡혀 서로 죽고 죽이다 결국 전멸해버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른인 급식 아저씨는 그동안 친절한 얼굴 뒤에 숨겨왔던 야수성을 드러내며 폭주한다. 이제 아이들은 학교 안에 남아 있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온통 모래사막뿐인 폐허 한가운데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메즈 카즈오는 여기서 ‘우정’이라는 정동에 판돈을 건다.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위계 없는 우애의 공동체, 이것이 바로 쇼와 친구들이 ‘함께 살아남기’라는 공통의 목표를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감으로써 조우하게 되는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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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서사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핵심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미래 없는 미래의 이런 폐허 위에서 각자도생을 외치며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떠밀리다 결국 전부 사멸해버릴 것인가? 아니면 옆의 친구와 손잡고 순간순간의 위협에 맞서 함께 부딪치고 깨어지면서 단단해지는 길을 택할 것인가? 한계에 다다른 현재의 인과율로부터  벗어나 다른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둘 중 어느 길로 가는 것이 더 나은가?
 
   쇼와 친구들이 위기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함께 살아남는’ 과정인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배워온 기성의 룰을 해체하고 재구축하면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질서와 도덕관념을 창안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미래의 이 죽은 세계는 마지막 인류인 쇼와 친구들이 기존의 지배 담론에서 벗어나 윤리, 정의, 정치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구성하고 실천해볼 수 있는 실험장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우정은 툭하면 어긋나고 깨지기 일쑤다. 절체절명의 한계 상황에서는 아주 작은 의심도 맹목적인 적대와 광기, 가공할 폭력성에 불을 댕길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 쇼는 자신이 집단 광기의 공공연한 표적이 되는 극한의 상황에 몰려서도,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가혹하게 배신당하고 비난받고 추방당하면서도 말이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쇼를 타자들과 대질시키는 이 내면의 당위는 사실상 ‘지엄한 도덕의 명령’과 다르지 않다. 마치 칸트의 정언명령처럼 어떠한 순간에도 무조건 ‘해라’라고 명령하는 외설적인 정의의 목소리, 이것이 바로 그의 윤리적 행동을 추동하는 내적 준거의 정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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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절대적 정의를 추구하는 행위가 현실적 정의의 외연을 넓혀가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다수’의 범주에 포함되지 어떠한 소수자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쇼의 모습은 더 이상 다시 손잡을 수 없을 듯 보였던 친구들을 다시 손잡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거듭될수록 우애를 바탕으로 한 연대 또한 점점 더 굳건해진다. 쇼 일행의 희생과 실천은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아 보였던 죽음의 땅도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들이 피운 연기에 비구름이 만들어지고 마침내 폐허의 한복판으로 세찬 비가 쏟아져내린다. 이 물을 머금고 사막이 되어버린 바다는 다시 진흙 벌이 되고 어디에선가는 강줄기가 새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은 자신들과 함께 현재로부터 옮겨진 씨앗들이 죽은 친구들의 시체를 거름 삼아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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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들이 미래에 뿌려진 씨앗이었음을 인식하는 순간에서야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소명을 발견하고(혹은 발명하고) 이제 이곳이 터를 잡고 살아가야 할 자신들의 세계라는 진실을 가까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타임워프가 일어난다. 이번에는 쇼를 찾아 학교에 놀러 왔다 우연히 표류교실에 탑승하게 된, 아직 3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유를 부모가 있는 현재로 보내주기 위해 쇼와 친구들이 인위적으로 일으킨 것이다. 유가 현재로 돌아가 작든 크든 어떠한 변화라도 일으켜주길 염원하며 아이들은 마지막 자원과 남아있던 기운을 전부 끌어 모아 어쩌면 이들 생애 최후의 것이 될지도 모를 타임워프를 일으킨다.


   미래의 죽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던 야마토 초등학교 학생들의 기록은 이렇게 해서 ‘지금-여기’로 전달된다. 쇼가 유의 손에 들려 보낸 편지들은 그의 엄마에게 전달되고 매 순간 쇼를 윤리적 선택 쪽으로 몰아붙이던 정의의 명령은 이제 그의 엄마가 살아가는 방법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배우도록 강제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도된 상속, 즉 부모로부터 자식에로가 아닌 자식으로부터 부모에로 전달되는 절대적 미래의 가르침이 지금과는 다른 상상을 가능케 할 도약의 지렛대가 되기를. 『표류교실』의 서사는 바로 이 순간, 즉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완성된 형태로 실체화시키지 않은 채 다만 그것의 가능성을 언뜻 내비치는 순간 끝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일 게다. 미래의 가능성을 실체화하는 순간, 우리에게 남는 것은 오직 하나의 정해진 답안에 불과해져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간 단단히 봉합되어 있던 우리 사회 내부의 무수한 적대들이 여기저기서 돌출되고 있다. 몫 없는 자들로 강등된 소수자들의 목소리, 각기 음역이 다른 곳에서 발신되는 이 타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예민한 귀가 필요하다. 누구 하나 부당하게 배제하지 않고 ‘함께 살아남기’란 무엇일지, 이러한 고민의 와중에 윤리, 정의, 정치는 또 어떠한 방식으로 상상 되어야할지 역시 멈추지 말고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표류교실』의 작가 우메즈 카즈오는 다른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 자들, 현재에 결박당한 채 도래하는 미-래의 편지를 읽으려 하지 않는 자들에게 파국은 언제나 임박해 있다고 경고한다. 편지는 이 순간에도 도착하고 있 다.


 

 

 

작성일 : 2016.10.24
저자 소개  

김희정
시인,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2014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sia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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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Yboycle  [2017-11-0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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