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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완의 드라마 공작소] 할 말은 하고 싶은 사회 <낭만닥터 김사부>

박상완(드라마 칼럼니스트)


 

   지상파 미니시리즈에 한정해서 2016년 한 해를 돌아보면 전반기의 <태양의 후예>와 후반기의 <낭만닥터 김사부>가 단연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태양의 후예>가 이상형에 대한 판타지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주었다면, <낭만닥터 김사부>는 다른 각도에서 우리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주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면서 쌓이고 쌓인 수많은 불만들이 텔레비전드라마를 통해 대리해소되면서 시청자는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태블릿 보도를 통해 바뀌어가고 있었던 2016년 하반기의 사회상과도 공명한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그 어떤 작품보다도 직접적으로 외쳤던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런 점에서 의학드라마의 외피를 쓴 사회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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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막장극

 

  막장드라마는 학술적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단어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1)낮은 개연성, 2)우연성 남발, 3)말초적/순간적인 쾌감 추구로 막장드라마의 특징을 정리했을 때 <낭만닥터 김사부>는 전형적인 막장드라마이다.
예를 들어 10회에는 거대병원 도원장(최진호)의 계략에 의해 돌담병원과 김사부(한석규)가 감사를 받는 상황이 그려진다. 본원에서 나온 감사직원은 김사부의 진료 행위를 중지시키는데 때마침 실려 온 응급환자가 ‘우연히도’ 감사직원의 아내와 딸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대부분의 상황은 이런 식이다. 윤서정(서현진)은 산속에서 조난되었다가 때마침 지나가던 김사부에게 구조되고, 김사부와 친해진 신회장은 하필이면 거대병원의 이사장이었다.


  우연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강동주(유연석)와 김사부의 인연일 것이다. 김사부는 10여 년 전 강동주의 아버지 사망과 관련되어 있고, 다친 강동주를 치료했으며, 그를 지키기 위해 거대병원에서 물러났고,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돌담병원에서 강동주와 재회한다.


   이처럼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연에 기대고 있고 그만큼 개연성은 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거부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열광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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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활극


   <낭만닥터 김사부> 첫 회는 ‘불의의 시대, 불평등의 시대, 불만과 불신으로 가득한 시대’라는 강동주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에서 환자를 살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오직 그것만 생각하는 김사부는 마치 선지자와도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인술로써 세상의 병을 고치는 인물이다.


   여러 모로 <낭만닥터 김사부>는 무협지 같은 느낌도 든다. ‘이런 문제 있는 사회에 특이한 누군가가 있었으니...’식으로 이뤄진 내레이션부터가 그러하고, 강동주와 윤서정이 김사부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평범한 사람이 은둔 고수에게 무공을 전수받으면서 강해지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무협지보다는 서부극에 가깝다. 법보다 총이, 보안관보다 무법자가 강한 시대에 역시 총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그런 서부극 말이다. 김사부는 환자를 살린다는 직업윤리를 원칙으로 삼은 인물이지만, 작품 안에서 그 원칙은 다소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때로는 초법성/위법성을 띠기도 한다. 예컨대 8회에서는 낫을 든 남자가 윤서정을 인질로 잡고 칼에 찔려 실려 온 응급환자의 수술을 막는 상황이 그려진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는 인질범의 아내와 어린 딸을 강간한 인물이다. 그가 짧은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오자 남편이자 아버지인 남자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그를 칼로 찌른 것이다. 김사부는 수술을 감행한 뒤 인질범에게 넌지시 언급한다. 강간범은 살았지만 후유증이 남아 평생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그리고 이후의 상황들을 통해 김사부가 의도적으로 수술을 완벽하게 하지 않아 강간범에게 후유증을 남겼다는 것이 암시된다.


   의사가 의도적으로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것은 중범죄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 작품 속 인물들이 침묵하듯 시청자인 우리들도 김사부의 행위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강간범이 작은 처벌을 받았든 큰 처벌을 받았든, 원칙적으로 그의 처벌은 오직 사법적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분명히 위법인 김사부의 행위를 보고도 우리가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그것이 도덕/윤리/법의 차원에서는 악이지만 감정과 정서의 차원에서는 합당한 인과응보, 즉 선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강동주의 말처럼 정의가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김사부 같은 초월적 존재를 통한 정의 실현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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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이 재미있는 이유


   <낭만닥터 김사부>의 인기 요인은 여기에 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상황들은 실제 현실에서의 사건을 그대로 옮겨오거나, 있을 법한 혹은 들어봤음직한 사건을 변주한 것들로 이루어져있다. 가령 11회에서는 군대 내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탈영한 환자의 사망 원인을 ‘외인사’로 할 것인가, ‘병사’로 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된다. 알다시피 이는 실제 있었던 故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서울대 병원에서 조작/왜곡한 사건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11회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부유층 자제의 부도덕한 행태가 그려지기도 한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도 반성은커녕 호위호식하며 처벌을 면하고자 하는 파렴치한 음주운전 환자에게 윤서정은 직접 중환자를 보여주며 일침을 가한다. 이 외에도 먼저 온 순서대로 중환자실을 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 가족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온갖 갑질이 작품 속에 그려진다. 이러한 갑질은 사회 기득권층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위에 언급한 환자 가족처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갑질이 만연해졌고,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18회에서 돌담병원의 여원장이 하는 “참 이상하죠? 우리 모두가 도윤완이 틀렸다는 걸 아는데, 지금 그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다 아는데, 왜 여전히 그는 저 자리에서 저렇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걸까요?”라는 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갑질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부조리와 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원칙을 통해, 때로는 그 원칙을 자의적으로 활용해 초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김사부가 낭만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낭만닥터 김사부>의 한계는 명확하다. 우연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는 이 작품은 그만큼 말초적인 쾌감이 크기는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연원을 파헤치지는 못하고, 무엇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감정적 대응만을 보여준다. 탈영병이 당한 군대 내 폭력, 음주운전 환자에 대한 처벌, 강간범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는 단 1초도 논의되지 않는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재미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즉자적으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이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의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반증한 것은 아닐까?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정의와 처벌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는 텔레비전드라마는 스스로를 ‘낭만’이라고 칭한다. 이 작품에서 낭만은 ‘의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그걸 추구하면서 ‘의사 사장님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을 꿈꾸는 것’, 다시 말해 원칙과 본질이다. 이러한 원칙과 본질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때로는 이를 전유해버리는 <낭만닥터 김사부>는 분명히 막장 중의 막장이다.


   우리가 2016년을, 그리고 <낭만닥터 김사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악인을 보고도 묵인해야 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대신해주는 텔레비전드라마에 열광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하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는 세상이다.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더 이상 <낭만닥터 김사부>와 같은 작품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고, 그 날이 오면 거기까지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던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작품에 대해 비로소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별점

 대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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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최종 별점

 예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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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9.0



작성일 : 2017.08.09
저자 소개  

박상완
드라마 칼럼니스트.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충남대학교 강사. 박사학위논문 <텔레비전드라마의 기획과 구현 전략 -2010년대 초반 미니시리즈를 대상으로>(2015).
mr91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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